▲11일 오후 서울 신문로2가 서울시교육청앞에서 열린 징계 철회 및 공정택 교육감 퇴진 촉구 기자회견에서 해임통보를 받은 최혜원 교사가 참석하고 있다.
권우성
- '큰 일'을 당한 후 첫 주말이었다. 어떻게 지냈나?"혼자 사는데, 모처럼 집에서 쉬었다. 그런데 집에 있으면 더 힘들어서 농성장으로 오게 된다. 그러다가 집에 들어가면 또 힘들어지고…. 아직 실감이 안 난다. 해임당한 동료 교사 구명 위해 촛불 들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 어느 순간이 가장 힘든가?"상처받을 때는 지난 것 같은데… '이게 현실'이란 걸 깨닫는 순간이다. 아이들이 와서 울고, 촛불이 와서 울면 현실을 깨닫게 된다. 그러면 머릿속으로 상상이 된다. 아이들 졸업장 못 주고, 졸업식 날 운동장 한 켠에서 아이들 지켜보며 우는 모습을 생각하게 되면… 힘들다."
- 다음 아고라에 올린 글이 많은 누리꾼들의 관심을 받았는데?"소리 지르지 않으면 알아주지 않는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글을 올렸다. 비극적인 생각으로 출발했지만 가만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절망에 뒤돌아보지 않고 희망을 위해 앞으로 가자는 생각이었다."
- '일제고사 반대' 신념이, 교사라는 직업과 바꿀 정도인가?"일제고사는 '지필고사'다. 단답식…. 객관식…. 1번부터 4번까지 고르라 하는 거다. 선생들이 당연히 주입식·암기식 교육을 할 수밖에 없다. 여전히 아이들의 목소리에는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지금도 충분한 경쟁에 내몰려 있는 정말 힘든 아이들이다.
일제 고사라는 정책만 봐도 이 정부 교육의 방향이 보인다. 줄세우기·서열화·기준화…. 다양한 재능을 가진 아이들을 공부시키는 일은 요원하다. 체육 잘하는 학생에게 수학을 못한다고 나무라는 현실이다. 더 나아가 그 학생에게 '왜 나는 수학을 못할까' 자책하게 만드는 사회다. 개개인에 대한 교사의 입체적 평가가 중요하지 않게 여겨질 테고, 피드백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당연히 개별 경쟁력은 점점 떨어진다. 교사들은 이걸 걱정하는 거다."
- 최종 해임 결정까지는 절차가 좀 남았는데, 만일 통보가 오면 이후 어느 계획까지 세워두고 있나? "아직 공정택 교육감이 도장 찍지 않은 것으로 안다. 최종 통보가 오면 소청 절차를 밟을 것이다. 부당하다는 주장을 다시 펼칠 것이고, 징계 수위가 조절되는 여부와 상관없이 행정 소송까지 할 생각이다."
12월 23일, 다시 '최혜원 교사' 나올까오는 12월 23일 중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일제고사가 또 예정돼 있다. 일부 학부모 단체 등에서는 이번에도 시험 거부를 할 계획이라고 한다. 또 다른 '최혜원 교사'들이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제가 교사들에게 어쩌시라고 말씀드릴 순 없지요. 다만 내가 지금 내 부당 징계만을 두고 싸우는 거라 생각하지 않아요. '저 교사는 열심히 일한 평범한 교사였는데 왜 이 자리(교육청 앞 농성)에 왔을까. 뭘 고민했을까' 이런 생각을 더 많은 교사들이 했으면 좋겠어요. 왜 공교육을 고민하는 게 이렇게 소수이고, 이렇게 괴로운 건지. 전교조가 나쁘다는 생각에서 출발하지 말고, '최혜원 선생, 참 애들이 좋아하는 열심히 하는 선생인데, 전교조 소속이네. 전교조 괜찮네.' 이렇게 아래에서부터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전교조에 이런 선생님들 정말 많거든요."자리를 정리하며 조심스레 물었다.
"똑같은 상황이 와도 똑같은 결정을…."
질문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최 교사는 힘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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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밤 교육청에 나온 최혜원 교사 "똑같은 상황이 와도 똑같은 결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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