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포기·무한 입시경쟁 조장하는 '학교자율화 계획' 철회를 위한 농성 돌입 기자회견이 지난 4월 23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범국민교육연대, 입시폐지대학평준화국민운동본부, 민주노총, 진보신당 주최로 열렸다.
권우성
영어몰입교육에 대한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정부에서 터뜨린 또 하나의 대형사고는 바로 '4·15 학교자율화 조치'였다. 학교자율화 3단계 추진계획이라고 불린 이 정책은 교육자치 실현을 위해 교과부에서 일선 학교를 규제하고 있던 여러 항목들을 폐지하고 학교에 대한 자율권을 보장하며, 정부의 권한을 시도 교육청과 일선 학교장에게 위임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교육자치 실현'이란 표현은 언뜻 듣기에는 타당한 것 같지만, 이 정책 역시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려할 만한 것들 투성이었다.
학교자율화 3단계 방안, 그 1단계에서는 지금까지 일선 학교에서 규제되어 왔던 지침 29개를 폐지하는데, 이 규제중에는 '0교시 수업 및 오후 7시 이후 강제 보충학습 금지', '수준별 이동수업 금지', '영리단체의 방과 후 학교 참여 금지'와 같은 공교육 정상화 및 교육적 평등가치 실현, 학생 인권 보호를 위한 규제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규제가 있던 시절에도 일선 학교에서는 공공연히 0교시 수업과 방과 후 강제 보충학습이 이뤄져 왔다. 거기에 규제마저 없어진다면 상황은 불을 보듯 뻔하다. 초창기 촛불집회에 참가한 중·고등학생들이 들고 나왔던 피켓 구호를 기억한다. "밥 좀 먹자. 잠 좀 자자."
수준별 이동수업은 학급당 학생 수가 많아 교사 한 명이 학생 모두를 살필 여건이 안 되는 우리 교육 현실에서 어쩌면 필요한 제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우리 교육 현실에서 수준별 이동수업은 학생들을 차별해 '계급화'시키고 그것을 고착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실현해서는 안 될 일이다.
영리단체의 방과 후 학교 참여가 이뤄진다면, 공교육이 사교육을 흡수하려고 만든 방과 후 학교가 도리어 공교육이 사교육에 먹히는 결과를 낳게 될 게 뻔하다. 이처럼 학생인권을 침해하고, 교육적 평등가치를 무너뜨리고, 사교육의 창궐 가능성을 무한하게 한 4·15 학교자율화 조치는 현 정권의 교육철학이 아메바 수준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사교육 개입 막는다더니... '대박'난 사교육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