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GM이 부도위기에 내몰린 것은 노조의 과잉요구를 CEO들이 모두 들어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지난 12일 이명박 대통령은 9차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서 GM이 부도위기에 내몰린 것은 노조의 과잉요구를 CEO들이 모두 들어줬기 때문이고, 일본 도요타의 경우는 노사관계가 완벽한데도 지금 휘청거리고 있는 것이라면서, 현재의 위기를 노사 관계 재정립을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GM의 문제는 노조가 원인이지만, 도요타의 문제는 노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이번 위기는 노사 관계의 재정립을 위해 중요한 시기라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노조는 문제의 원인이 되든 그렇지 않든 간에 어쨌든 해결되어야 할 문제라는 얘기인가?
이명박 대통령은 GM의 문제가 노조에 있다고 지적했지만, 실제 GM을 비롯한 크라이슬러와 포드의 문제는 금융 시장의 크레디트 위축으로 인해서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살 수 없게 된 것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
무노조 도요타·혼다도 판매율 하락노조가 원인이라면 노조를 운영하고 있지 않는 미국 내 외국 자동차업계에는 큰 피해가 없어야겠지만 실제로 10월 자동차 판매기록을 살펴보면, GM은 45%, 포드는 30%, 크라이슬러는 35%의 하락을 기록했고, 도요타와 혼다·닛산 역시 전년도 대비 각각 23%, 25%, 33%의 판매율 하락을 기록했다.
11월에도 마찬가지로 GM은 41%, 크라이슬러는47%, 포드는 31%의 전년도 대비 판매율 하락을 기록했고 도요타와 혼다 역시 각각 34%, 32%라는 큰 폭의 판매율 하락을 기록했다. 즉, 노조의 운영 여부와 상관없이 현재의 경기 상황에서는 모두가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지적과 마찬가지로 미국 자동차 업계의 노조가 문제의 원인이라고 지적하는 의원들이 있긴 하다. 바로 미국 남부에 위치하는 주들의 상원 의원들로 이들은 미국의 빅3 자동차의 노동자들이 미국내 외국 자동차 노동자들보다 지나치게 많은 임금을 받고 있기 때문에 가격 경쟁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1일 밤 10시가 넘은 시각, 미국 상원은 GM과 크라이슬러에 대한 정부의 140억 달러 지원안에 대해서 52:35로 부결시켰다. 이 안은 바로 전날 237:170으로 하원에서 통과되었던 것으로 자동차 업계에 정부 지원을 극력 반대해왔던 부시 대통령조차도 지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상원의 경우에는 표결 이전부터 이미 그 통과가 불투명했고, 그런 이유로 테네시의 공화당 상원의원 밥 코커는 합의를 이끌어낸다는 명목 하에 위의 법안에 새로운 조건들을 추가했다. 그러나 결국, 그의 추가안에 대한 합의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결국 지원안은 상원에서 부결되었다.
새로 추가된 조건들 중 하나는 바로 GM과 크라이슬러 노동자들의 시간당 임금과 수당, 그리고 노동계약조건을 미국내 닛산·도요타·BMW 그리고 혼다의 노동자들과 동일한 수준으로 맞추라는 것이다. 이들 외국 자동차 회사의 미국내 작업장은 대부분 앨러바마·테네시 등의 남부에 집중되어 있고, 노조 없이 운영되고 있으며, 노조를 이유로 지원안에 반대하는 상원 의원들 거의 모두가 이 남부의 주들을 대표하고 있다.
UAW(United Auto Workers: 전미 자동차 노조)와 민주당은 임금과 수당을 대폭 삭감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떠한 이견도 보이지 않았지만, 2009년 부터 그 조건을 시행해야 한다는 시점에 대해서는 이견을 나타냈다. 현재 사측과 맺은 계약의 만료일이 2011년이기 때문에, 그 때까지는 현 계약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것이 UAW의 입장이다.
UAW가 2009년이라는 시점에 이견을 보이자, 정부의 지원 없이는 GM과 크라이슬러가 12월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대부분의 예측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의 남부 지역 상원들은 지원안에 강한 반대를 나타냈다. 루이지애나 공화당 상원의원인 데이비드 비터는 "UAW가 다 망쳐버렸다!"며 상원 부결의 원인을 노조탓으로 돌려버렸고, 공화당 원내대표이자 켄터키의 상원의원인 미치 맥코널은 "UAW가 문제 해결의 장애"라고 단정지어버렸다.
한국엔 MB, 미국엔 공화당 남부 의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