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미 님 수더분한 아줌마 차림인 황선미 님입니다. 생각해 보면, '아줌마다운' 우리 이웃이야말로 살가운 수다쟁이이고 재미있는 이야기꾼이 야니랴 싶습니다.
최종규
작가를 만나려면 책을 읽으면 됩니다. 글 작가이든 사진 작가이든 그림 작가이든, 그이가 펼쳐서 보여주는 이야기는 책에 알알이 담기니, 책을 읽으면 작가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작가가 쓴 책에 앞서 작가를 만날 수 있다면, 또 작가가 쓴 책을 읽고 나서 작가를 만날 수 있다면, 책과 삶과 사람을 새삼스럽게 돌아보게도 됩니다. 책은 책대로, 삶은 삶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좀더 그윽하게 돌아볼 수 있습니다.
2008년 12월 12일 금요일 오후4시, 어린이문학을 하는 황선미 님이 인천 배다리 골목길에 있는 〈시 다락방〉에 찾아왔습니다. 요즈음은 어린이문학뿐 아니라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에서 창작을 가르치기도 하는 터라 몹시 바쁘지만, 어려운 틈을 내어 사람들(어린이 독자와 어른 독자)과 이야기 한 자락을 나누었습니다.
황선미 님이 그동안 낸 작품을 들면, <앵초의 노란 집>(베틀북,1998), <여름나무>(두산동아,1998), <내 푸른 자전거>(두산동아,1999), <샘마을 몽당깨비>(창비,1999), <나쁜 어린이 표>(웅진주니어,1999), <목걸이 열쇠》(시공주니어,2000), <마당을 나온 암탉>(사계절,2000), <까치 우는 아침>(웅진주니어,2000), <초대받은 아이들>(웅진주니어,2001), <늘푸른 나의 아버지>(두산동아,2001), <소리없는 아이들>(두산동아,2001), <들키고 싶은 비밀>(창비,2001), <약초 할아버지와 골짜기 친구들 1ㆍ2>(사계절,2002), <꼭 한 가지 소원>(낮은산,2002), <빈 집에 온 손님>(아이세움,2002), <과수원을 점령하라>(사계절,2003), <일기 감추는 날>(웅진주니어,2003), <막다른 골목집 친구>(두산동아,2003), <넌 누구야?>(사계절,2004), <트럭 속 파란눈이>(시공주니어,2005), <푸른 개 장발>(웅진주니어,2005), <동화 창작의 즐거움>(사계절,2006), <처음 가진 열쇠>(웅진주니어,2006), <나온의 숨어 있는 방>(창비,2006), <울타리를 넘어서>(베틀북,2007), <주문에 걸린 마을>(주니어랜덤,2008), 이렇게 창작 스물여섯 권에다가 동화창작을 돌아보는 이론책 한 권이 있습니다.
책이름으로도 느낄 수 있고, 책을 몸소 펼쳐서 읽은 분들은 남달리 느끼실 텐데, 황선미 님 어린이문학은 사탕발림 어린이문학이지 않았습니다. 구경하는 어린이문학이 아니요, 어린이를 귀엽게만 바라보는 갇힌 눈 문학도 아니었습니다. 아이를 이야기감 삼아서 팔아먹는 문학 또한 아니며, 교육과 사회 부조리를 까밝히는 문학 또한 아니었습니다.
당신 스스로 좋아서 걷는 어린이문학입니다. 당신 스스로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로서 아이들하고 어깨동무하고서 주고받을 이야기로 엮어 내는 어린이문학입니다. 튼튼하게 이 땅을 딛고 있는 두 다리로 씩씩하게 걸어가는 어린이문학입니다.
어느덧 어린이문학가라는 이름으로 두 자리수(열 해)에 걸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당신 몸을 튼튼하고 아름답게 추스를 수 있다면, 열 해를 넘어 스무 해를 애쓸 수 있고 스무 해를 애쓴다면 쉰 권에 가까운 어린이문학을 남기게 됩니다. 더 애써 서른 해나 마흔 해까지 어린이문학 한길을 걷는다면, 어쩌면 백 권에 이르는 어린이문학을 선보일 수 있습니다.
나라밖으로 옮겨지는 우리 문학이 드물지만, 황선미 님은 두 가지 책, <마당을 나온 암탉>과 <나쁜 어린이 표>가 일본말로 옮겨졌습니다. <나쁜 어린이 표>는 100쇄를 넘게 찍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어린이문학을 어른문학과 견주어 몇 수 낮은 문학으로 여기는 잘못된 눈길과 흐름이 있는데,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과 <광장>뿐 아니라 <나쁜 어린이 표>도 '100쇄 문학'입니다. 훨씬 짧은 동안에 훨씬 많은 사람(아이와 어른 모두)한테 읽혔으며, 훨씬 기나긴 앞날에 걸쳐 훨씬 널리 사랑받으며 알찬 열매를 나누어 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황선미 님이 어린이문학을 하는 사람으로서 바라본 우리 삶터와 사람 이야기 몇 마디를 옮겨적어 봅니다. 어린이문학은 '사람을 더 깊이 들여다보고 다루는' 이야기열매임을 다시금 곱씹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