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연대은행 사무실 내에 출장보드판. RM들은 대부분 출장 중이다.
선대식
김 팀장은 쉴 새가 없다. 점심을 먹은 후 바로 실사 내용 정리를 위해 서울 충정로 사회연대은행 사무실로 향했다. 기자가 그에게 "RM들이 춥고 궂은 날씨에도 너무 바쁘게 일한다"고 말을 건네자, 그는 손사래를 치며 "더 많은 사람들을 도와주지 못해 아쉽다"고 밝혔다.
"RM 숫자가 부족하다보니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없고, 시간도 부족해 집중도가 떨어져 상담·창업지원 등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해 아쉽다. 차라도 있으면 더 많은 지원자를 만날 수 있겠지만…. 전문성 강화를 위해 공부를 더 해야 하는데, 사비로 해야 하니 부담이 많이 된다."그에게 최근 월급이 제때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려 하자, 그는 웃음으로 받아넘겼다. 그는 "그래도 창업자의 성공을 보면 굉장히 뿌듯하고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2~3년 만에 2억원을 번 창업자와 가끔 통화하는데, 서로 고맙다고 한다. 입지 선정에만 9개월이 걸리는 등 어려움 속에서 성공한 그분의 모습을 보면 내 일인 것처럼 희열을 느낀다. '정말 이런 사례가 나오는구나, 이분을 모델로 더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겠구나'하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다."[오후 4시 방이동] "시장조사 했나요?" - "둘러보긴 했는데..."이번엔 송파구 방이동으로 향했다. 한 카페에서 만난 강미숙(가명·54)씨는 오전에 만난 최씨 부부와 마찬가지로 창업지원자금 지원자다. 남편의 사업 실패로 수천만원 빚을 진 후, 개인 파산을 신청한 그는 "칼국수집을 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실사 분위기는 좋지 못했다.
김 팀장 "칼국수는 맛있게 잘 만드세요? 직능검사 때 직접 만들어야 하는데."강씨 "여의도에서 일할 때 배우긴 했는데, 집에서만 연습한 거라…."김 팀장 "시장조사는 좀 하셨나요?"강씨 "둘러보긴 했는데…."강 팀장 "요즘 밀가루값이 얼마인지 아세요?"강씨 "글쎄요. 지금은 잘 모르겠네요." 1시간여의 현장 실사 뒤 강씨가 "무척 떨린다, 다른 데서는 돈을 빌리기 어렵다. 마지막 기회인데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김 팀장은 냉정함을 유지한 채 "곧 직능평가와 관련해 연락이 갈 것"이라고 대답할 뿐이었다.
실사가 끝난 후 기자가 김 팀장에게 "떨어지면 많이 항의할 것 같다"고 말하자 "그런 경우가 가끔 있다"고 답했다. 김 팀장은 "그분들한테는 마지막 기회이다 보니 탈락하면 '청와대에 민원 넣겠다'며 계속해서 강하게 항의하는 사람들이 많다, 참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오후 6시 왕십리] 성공 창업자 "돈보다도 RM의 심리적 지지가 더 큰 힘"이날 김 팀장의 마지막 일정은 왕십리 곱창골목에 있는 '이모네 곱창'의 김옥연(54) 대표를 만나는 일이었다.
여성가장 김 대표는 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으로 자활자립을 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하지만 최근 경기 한파로 하루 100만원이었던 매출이 30만원으로 줄어들었고, 뉴타운 개발로 곧 가게를 옮겨야 한다. 이 때문에 김 대표가 김 팀장에게 상담을 요청한 것.
이날 상담은 손님들 때문에 길게 이뤄지지 못했다. 김 팀장은 "오늘은 손님이 좀 있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런 김 팀장을 두고 김 대표는 기자에게 "너무 고마운 사람"이라고 귀띔했다.
"처음 창업을 할 때 전 주눅이 들고 찌그러져 있었던 풍선 같았는데, 김종진 팀장을 만나 부푼 풍선이 됐다. 남인데도 힘들고 두렵고 답답할 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사람으로 나의 버팀목이다. 돈보다도 RM들의 심리적인 지지가 홀로서기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RM들이 우리 사회의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