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출판사판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권우성
이 일은 우리 학교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어제 그제 들려오는 부천시 여러 고등학교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우리 학교 선생님들께서 전교조 지부에 학운위 파행사례로 접수하고 경기도교육청에도 지도를 요청하겠다고 흥분하셨습니다.
교원위원인 선생님들은 오늘 아침 출근하셨을 때도 모르고 계시다가 10시가 되어 갑자기 학운위 회의에 오라는 말씀을 들으셨습니다. 학운위는 가정통신문, 홈페이지 등에 회의가 열린다고 일주일 전쯤 미리 공지를 하고 열려야 하는데 규정을 어겼습니다. 물론 오늘 아침 교육행정실 게시판에 공지를 올리기는 했더군요. 오늘 회의 여는데 오늘 말입니다.
긴급한 상황이면 학운위를 급히 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매스컴을 타고 이슈가 되어서 전국이 다 알고 있는 사안이고, 우리 역사 교사들에게도 교과협의회를 하라고 하신 사안이므로 긴급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물론 긴급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요. 오늘(12월 10일)까지가 교체주문 마감일이니까요.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경기도 어디에 붙어있는지도 모르는 작은 학교에서 벌어진 사소한 일이니 그냥 읽고 넘기시겠지요. 하지만 지금 저는 마르틴 니묄러의 글이 떠오릅니다.
나치는 우선 공산당을 숙청했다. 나는 공산당원이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그 다음엔 유대인을 숙청했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그 다음엔 노동조합원을 숙청했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므로 침묵했다.그 다음엔 가톨릭교도를 숙청했다. 나는 개신교도였으므로 침묵했다.그 다음엔 나에게 왔다. 그 순간에 이르자, 나서줄 사람이 아무도 남지 않았다.그 어떤 엄청난 사건도 갑자기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렇게 작고 사소한 일들이 모이고 쌓여서 큰 일이 되고, 거대한 불의가 자행됩니다. 사소한 교과서 교체 소동이니 그냥 넘기면 다음엔 어떻게 될까요? 차근차근 진행되어서 결국에는 대한민국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피해가 돌아가지 않을까요?
저의 이 주장이 그저 논리의 비약이나 기우로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두렵게도 사회 모든 분야에서 비상식, 비논리, 법절차 무시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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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교사 빼고 열린 '기습' 학운위 결국 근현대사교과서 교체... "다음은 당신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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