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겹도록 고마운 사람들아이소선 여든의 기억을 오도엽씨가 500일간 숙식을 함께하며 녹음한 구술을 바탕으로 풀어냈다.
후마니타스
그 누군들 아들을 38년간 가슴에 오롯이 묻고 온몸으로 노동자들의 방패막이가 되어 준 한 어머니를 담담하게 바라보거나, 그이의 삶을 담담하게 풀어낼 수 있을까.
밤마다 그리운 사람, 가슴 아픈 사람을 불러 내 위로하고 보듬어 안고 소곤대는 현장을 고스란히 보고 들은 뒤 제한된 지면, 제한된 언어로 풀어내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망각에 저항하는 인간 역사의 산증인인 이소선 어머니는 일제 식민지 치하에서부터 험난한 역사의 현장 맨 앞머리에서 거친 파도를 고스란히 맞으며 끝끝내 함께 가는 길을 고집했던 사람이다.
그이는 누구보다 강인하고 누구보다 독특한 향기를 지녔지만 세상 가운데 서면 자신은 흔적을 남기지 않고 오롯이 사람들 가운데 스며들어 하나가 되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와 함께 한 모든 이들에게 '지겹도록 고맙고 또 고맙다. 그립다. 보고 싶다' 끊임없이 사랑을 고백하며 토닥여 주는 노동자의 어머니 이소선이 육성으로 보내는 응원가, 희망찬 메시지는 강력한 삶의 에너지가 되어 우리 모두를 일으켜 세운다.
평범한 한 어머니가 투쟁의 최전선에 서게 된 계기는 아들 전태일의 분신 항거다. 살아있으면 올해 환갑을 맞는 전태일은 1970년 11월 13일 자신의 몸을 불살라 깜깜한 암흑 세상에 한줄기 빛이 스며들게 한다. 그는 마지막 숨을 다할 때까지 어머니 이소선에게 자신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말고 학생들과 연대해 가난한 시다들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