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티모르 커피는 포르투갈 식민지 시절 들어온 아라비카종이다. 따로 관리하지 않아도 밀림에서 스스로 자라고 열매를 맺는다. 주민들은 단지 수확만 할 뿐이다.
조경국
동티모르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무래도 커피가 아닐까? 동티모르에 있을 때, 진하고 걸쭉한 티모르 커피를 아침마다 마셨다. 어떤 때는 맛이 있었고, 어떤 때는 찌꺼기가 너무 많아 인상을 쓰기도 했지만 기억에 많이 남는다.
커피는 기호식품이라 사람마다 입맛이 다를 수밖에 없다.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니 종류 또한 엄청나게 많지 않나. 나 역시 아침마다 커피를 마시지만 그렇다고 마니아는 아니다. 특별히 맛을 따지지 않고 마신다.
그런데, 동티모르에서 아주 특별한 커피를 마셨다. 하지만 맛으로 기억되는 커피가 아니라 상황으로 기억되는 커피였다. YMCA의 양동화 간사가 그린 빈을 직접 볶아서 만들어준 커피였다. 그 커피, 양 간사가 사메에서 직접 따서 말린 것이다. 그 커피를 양 간사가 가스 불 위에 군용 찬합을 뉘어 놓은 것처럼 생긴 손잡이가 달린 그릇 안에 넣고 흔들면서 볶았다.
그릇의 윗부분은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 그 곳에서 탁탁 튀는 소리가 나면서 이따금 껍질 같은 것이 튀어 나왔다. 그렇게 그린 빈을 볶는 시간은 5분에서 10분 사이. 제대로 볶아지는 것을 어떻게 아느냐고 묻자 양 간사는 소리를 들으면 안다고 했다.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다.
그렇게 볶은 커피를 양철망에 부어 식힌다. 뜨거운 커피 알이 금방 식을 리 없으니 양 간사는 선풍기 앞에 쪼그리고 앉아 커피를 식힌다. 식은 커피를 분쇄기에 넣고 가는 게 다음 단계. 고운 가루가 된 커피를 여과기에 넣고 끓인 물을 붓는다. 커피 가루에 물을 붓자 거품이 부글부글 일어난다. 거품이 많이 나야 신선한 커피, 라고 양 간사가 알려준다.
그 여과기를 통과한 검은 액체가 바로 우리가 마시는 커피다. 만드는 과정을 전부 지켜보고 난 뒤에 마시는 커피 맛이 각별한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이렇게 커피를 마시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얼추 40분에서 한 시간 정도. 결코 짧다고 할 수 없는데 양 간사는 이 시간이 즐겁다, 고 했다. 즐겁다는 건, 즐긴다는 의미가 아닐는지. 양 간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다도(茶道)를 떠올렸다. 양 간사는 다도에 버금가는 '커피도'를 즐기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그렇지 않고서야 날마다 커피를 볶는 수고를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볶는 것부터 추출까지, 한잔의 커피를 만드는 시간 4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