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는 방과 아기와깊어가는 밤, 오줌을 누고 자지러지게 우는 아기를 달래며 기저귀를 갈아 줍니다. 깊은 밤이 되어야 비로소 일손을 붙잡게 되는데, 깊은 밤에마저 아기는 자기 옆에서 안 자면 울음을 그치지 않겠다면서 저를 부릅니다.
최종규
그런데, 자동차 타고 다니는 이들을 두고 ‘고급 문화’라느니 ‘고상한 취미’라 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만큼 자동차가 널리 퍼졌기 때문이기도 할 테지만, 사진찍기와 견줘 어마어마하게 많은 돈이 들어가는(차값과 보험삯과 기름값과 ……) 자동차 몰기를 놓고는, 얄궂게도 ‘돈 많이 쓰는 고급 문화’라 말하지 않습니다.
제가 필름값에 들이는 돈을 헤아리면, 여느 사람들 한 달 옷값하고 비슷하거나 이보다 적은 셈입니다. 여느 사람들 술값과 견주면 아주 적습니다. 그러나 옷 사입는 사람들을 보고, 술 사 마시는 사람들을 보고 ‘고급 문화’라 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화장품 사서 바르는 아가씨를 가리켜 ‘고급 문화’를 즐긴다고 말하는 사람 또한 없습니다. 십만 원 안짝 되는 신발을 아무렇지도 않게 사는 분들이 필름 한 통에 몇 천 원(흑백필름)이나 만 원 안팎(슬라이드필름) 한다고 이야기하면 화들짝 놀랍니다.
다른 사진쟁이들은 모르는 노릇이지만, 제가 사진 찍는 매무새를 돌아보면, 사진 한 장 찍는 데 쓰이는 돈크기로 따져 보았을 때, 사진찍기는 그다지 많은 돈이 들지 않습니다. 자기 몸에 익숙하게 붙지 않았으니까 필름 한 통 값이 비싸다고 느낄 뿐입니다. 필름 두어 통 값이, 또는 서너 통이나 대여섯 통 값이 요즈음 책 한 권 값입니다. 책 한두 권 값이, 또는 서너 권 값이 술자리 한 번 마련할 때 쓰는 돈크기와 비슷합니다(가볍게 소주나 맥주 한잔 하는 사람들과 빗댈 때). 두툼한 겨울옷이라든지, 양복 한 벌 값하고 견주면, 사진기 몸통 값하고 비슷하거나 이보다 싸곤 합니다. 썩 좋은 렌즈 하나 값은 꽤나 비싸다고 할 수 있지만, 이 렌즈 하나로 스무 해뿐 아니라 서른 해도 그대로 쓰는 일을 생각한다면, 옷값과 댈 때에는 대단히 적은 돈을 들이는 셈입니다.
고급 문화란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아니, 문화란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제 생각으로 문화란, 써야 할 자리에 알맞게 돈을 쓰고, 군더더기나 쓰잘데없는 곳에는 돈을 안 쓰면서, 자기 삶을 돌아보고 자기 눈길과 눈높이로 세상을 부대끼는 일거리나 놀잇감이라고 느낍니다. 그래서 사진은 ‘문화가 맞’고, ‘고급 문화가 맞’구나 싶습니다. 적은 돈으로도 오래오래 즐길 수 있는데다가, 우리 살림살이가 허튼 데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알뜰히 추스를 수 있도록 해 주기도 하는 문화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