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뼈감자탕이 집 왕뼈감자탕 특징은 널찍하고 커다란 돌솥 한가운데 왕뼈가 큰 바위처럼 우뚝 솟아나 있다는 점이다
이종찬
눈 시리도록 푸르고 맑은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경상도 하동과 이웃하고 있는 전라도 광양은 울산 언양과 더불어 불고기로 이름이 높은 곳이다. 하지만 매서운 겨울바람이 손발을 꽁꽁꽁 얼리는 요즈음에는 광양에 가서 굳이 불고기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눈사람처럼 얼어붙은 몸과 마음을 벽난로처럼 따스하게 녹여주는 왕뼈감자탕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왕뼈감자탕이란 맛난 음식이 광양에만 있다는 것은 아니다. 왕뼈감자탕은 전국 곳곳 어디에서나 쉬이 맛 볼 수 있는 우리 고유의 음식이다. 하지만 광양에서 맛보는 왕뼈감자탕은 그 어느 지역보다 국물이 아주 진하고 아주 얼큰하면서도 아주 시원하다. 이는 아마도 전라도 지역에서 즐겨먹는 묵은지가 깊은 맛을 더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날씨가 영하로 내려갈수록, 주머니 사정이 달랑달랑할수록 사람들이 더욱 많이 찾는 대한민국 대표음식 감자탕. 감자탕은 돼지 등뼈나 목뼈를 푹 고아 국물을 낸 뒤 감자와 여러 가지 채소, 송송 썬 대파, 붉은 고추, 빻은 마늘, 들깨가루 등 갖은 양념을 넣어 만드는 매콤하고도 얼큰한 서민음식이다.
감자탕은 함박눈이 펑펑펑 쏟아지는 늦은 밤, 갑자기 배가 출출할 때 가족들과 따뜻한 방에 오손도손 둘러앉아 가끔 골목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찹쌀떡! 메밀묵!' 소리를 들으며 밤참으로 먹는 것도 별미다. 하지만 찬바람이 씽씽 부는 저녁, 입김 호호 뿜으며 저녁끼니나 소주 한 잔 앞에 놓고 술안주로 먹을 때 더욱 제 맛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