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들, 보고 좀 배우세요

책 속의 영웅들에게서 배워야 할 것들

등록 2008.12.07 12:02수정 2008.12.07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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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대나 ‘지도자’는 관심을 받는다. 그 기록은 책 속에 남는다. 역사적 사실이건, 픽션이건 그 또한 관심의 대상이다. ‘로마인 이야기’(시오노 나오미, 전 15권)와 ‘은하영웅전설’(다나카 요시키, 전 14권) 두 권의 책은 ‘지도자’들을 다룬 책이다. 하나는 ‘존재한 사실’로서, 하나는 ‘허구화된 현실’로서. 오바마의 열기와 이명박의 냉기로 시끄러운 요즘. 두 권의 책에서 우리가 바라는 지도자의 모습을 상상해 보자.  

 

카이사르 “인간은 자기가 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현실밖에 보지 않는다”

 

우리에게 시저로 유명한 ‘카이사르’. 동로마 제국까지 합치면 2000여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로마에서도 유일무이한 천재로 불리는 인물이다. 카이사르는 흥미로운 말을 남겼다.

 

“누구나 모든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인간은 자기가 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현실밖에 보지 않는다.”

 

참 정곡을 찌르는 말이다. 현실을 본다함은 냉철한 판단력을 의미한다. 어떤 것에도 매몰되지 않고 상황을 정확히 분석하여 즉시 시행할 수 있는 능력. 이 능력을 위해서는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 열린 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지도자에게 가장 필요한 건 이게 아닐까 싶다.

 

얼마 전 우연히 웹서핑을 하던 중 흥미로운 기사를 봤다. 촛불집회 시 한 여고생이 정부와 소통하고 싶어서 꾸준히 메일을 보냈더니, 얼마 후 답장이 왔다고 한다.

 

“우리는 당신들을 믿지 않습니다. 선량한 학생들을 선동하지 마십시오.”

 

보고 싶지 않은 현실도 볼 줄 아는 마음가짐. 지도자가 갖춰야 할 필수덕목이 아닐까.

 

하드리아누스의 ‘선견지명’

 

로마의 오현제 중 한명인 ‘하드리아누스’. 저자인 시오노 나나미는 그를 ‘선견지명’을 가진 자로 표현했다. 선견지명은 ‘평화로울 때 위태로움을 생각하는 것’이다. 당시 로마는 전성기로 대내외 모두 평화로웠다.

 

이 시기에 하드리아누스는 치세의 2/3를 제국을 순행하는데 사용했다. 거대한 제국을 ‘재구축’하기 위해, 그는 자신의 생명을 갉아 먹어가며 제국 전역을 돌았다. 게르만을 막기 위한 게르마니아 방벽을 세우고, 도로와 관청을 보수했다. 당시에는 인기 없는 황제였지만, 하드리아누스의 재구축은 20여년 후 이민족의 침입을 막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IMF 이전 1980년대 한국은 경제발전의 정점을 찍었었다. 소위 ‘먹고대학생’이 가능하였고 올림픽도 개최하여 살 만하다고 느꼈을 그때, 진정한 의미의 ‘선견지명’을 가진 사람은 몇 명이나 있었을까.

 

위태로울 때 위태로움을 생각하는 건 이미 한 발 늦은 감이 있다. 평화로울 때 위태로움을 생각하는 것.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필수덕목이 아닐까.

 

양 웬리, ‘최악의 민주주의가 최선의 전제정치보다 낫다’

 

은하영웅전설은 은하계를 배경으로 전제국가와 민주국가의 전쟁을 다루는 SF소설이다. 이 소설에서 민주국가는 중우정치, 대의제의 실패로 민주주의의 실패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러한 오합지졸 민주국가를 승리로 이끄는 불패의 지장 양 웬리. 민주주의에 실망한 부하들은 그에게 전제국가에 대항하기 위해 국가를 전복하라 부추긴다. 이에 양 웬리는 단호히 거절한다.

 

‘최악의 민주주의가 최선의 전제정치보다 낫다.’

 

역사적으로 혼란기는 좋지않은 씨앗을 잉태하는 경향이 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등장한 파시즘, 2차 대전 이후 등장하여 결국 독재로 끝나버린 사회주의가 그 증거이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또 다른 위기에 봉착한 지금, 그 가능성이 존재치 않는다고 말할 수 없다.

 

지도자의 자질은 무엇보다도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마음가짐이다. 그리고 비단 이것은 지도자만 갖춰야 할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는 오랜 시간 독재를 경험하고, 또 다시 독재의 두려움에 떠는 국민들이 오히려 더 잊지 말아야 하는 할 가치이다. 지도자와 국민 모두 이를 필수덕목으로 갖춰야 한다.

 

기본을 지키자

 

기본은 당연하다고 여겨지기에 가장 소홀히 취급되는 경향이 있다. 현실을 보는 눈, 선견지명, 국민이 주인이라는 생각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리고 그만큼 망각되기 쉬운 가치들이다.

 

후에 누가 대통령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무지한’ 국민들로서는 이 가치들을 소홀히 하지 않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하지만 ‘무지한’ 국민들도 단 한 가지 사실은 안다. 기본을 지키는 대통령은 국민 스스로가 뽑는다는 것을. 그렇다면 뽑는 사람부터 기본을 지키려 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해보자.

2008.12.07 12:02ⓒ 2008 OhmyNews

로마인 이야기 1 (1판 1쇄) -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한길사, 1995


은하영웅전설 완전판 스페셜 박스세트 - 전15권

다나카 요시키 지음, 김완 옮김, 미치하라 카츠미 그림,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2011


#대통령 #로마인이야기 #은하영웅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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