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울며 깨는 아이 달래보니

등록 2008.12.04 16:19수정 2008.12.04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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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온 가족이 함께 자다 보니 아이가 제 곁에 달라 붙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제 옆에서 두유가 담긴 젖병을 빨며 새근 새근 잠이 들었지요. 친정에 다녀온 아내 역시 금새 잠이 들어버렸습니다. 많이 피곤했던 모양입니다.


드라마를 보고 집안 정리를 한 후 저도 잠이 들었습니다. 내일 새벽에 일어나 출근해야 할터라 밤에 잠을 잘 자야 하는 저입니다. 출근을 위해서만 1시간 반 이상을 운전하고 가야 하니 말입니다.

얼마나 잠이 들었을까. 갑자기 딸아이가 울기 시작하며 잠을 깼습니다. 억지로 지친 몸을 이끌고 깰 아내가 걱정되어 '내가 볼테니 그냥 자'라 하며 아이를 달래기 시작했습니다.

아하, 그런데 이거 쉽게 달래지지 않습니다. 아이를 끌어 안고 다독여 주려 했더니 뿌리치며 울려고만 합니다. 아이의 짜증을 다른 데로 돌려 달래기를 시도하기 위해 "건희야, 우유 줄까?" 라고 했더니 다행이 반응을 보였습니다.

허나 생각해보니 이것도 부담스러운 선택이었습니다. 우유(저희는 두유를 먹이는 데, 아이는 이걸 우유라 부릅니다. 이하 두유)가 차가워 살짝 데워줘야 합니다. 어쩔 수 없이 자리를 걷고 일어나 두유를 데우러 갔습니다.

어라,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젖병에 먼지 묻어 있는 게 보입니다. 물을 틀고 깨끗하게 닦아줘야 합니다. '아..이런..'


젖병을 닦고, 두유를 데우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는 저쪽 한켠에서 계속 울고 있습니다. 냉기를 없앤 두유를 담아 아이 손에 쥐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팔베게를 하며 다독여 주었습니다.

휴~이제 겨우 진정하고 잠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또 얼마나 잠이 들었을까요. 제가 자다 뒤척였는지 아이가 불편을 느끼며 다시 깨어났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약간 긴장을 하며 잠이 들었었나 봅니다.


'아, 이런...'

다시 다독여 주기 시작합니다. 다행이 이번에는 아빠가 안아 주는 데 잘 안겨주었습니다. 젖병을 다시 쥐어주며 천천히 재우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는 다시 천천히 잠에 빠져 들었습니다.

핸드폰 시계를 보니 새벽 5시 40분이었습니다. 가만 생각하니 좀 전에 깼을 때는 새벽 3시쯤 되었던 것 같습니다. 출근을 위해 한시간 정도 다시 잠을 청할 수 있기에 자리에 누웠지만 한번도 아니라 두 번이나 깬 터에 잠이 좀 처럼 오지 않았습니다.

멀뚱히 있다 한 십분이나 되었을 까 잠깐 눈을 붙였다 시끄러운 알람 소리에 다시 일어나야만 했습니다.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고 도시락 준비를 하여 출근을 하려 나왔습니다. 새벽에 잠을 잘 못자서 몸이 무겁고, 머리가 띵~합니다.

이제 저는 주말이나 되야 다시 집으로 돌아갑니다. 차를 몰고 주차장을 나오는 데, 혼자서 이런 밤을 반복하며 지냈을 아내를 생각하니 마음이 찡..해집니다. 내가 좀 더 잘 해줘야 하는 데, 피곤하다 하여 짜증내던 생각이 나서 마음이 또 울컥합니다.

다음에 집에 갈 때는 아내에게 '고맙다' 하며 꼭 안아줘야 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블로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다음 블로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주말부부 #아기 달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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