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질쿰 사막사막에서 일하는 사람들
김준희
문제는 그 개들이 도로를 지나다니는 트럭이나 승용차를 보면 가만히 있는데, 걷고 있는 나를 보면 맹렬하게 짖으면서 거리로 뛰쳐나온다는 것이다. 흔히 말하듯이 송아지만한 개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수 있는 개들보다는 더 크다. 도로 앞에서 커다란 개와 단독으로 대치했던 적도 여러 번이다.
처음에는 경험이 없어서 어찌할줄을 몰랐다. 그런 경우에 개는 내 바로 앞까지 와서 고개를 들고 힘차게 짖어댄다. 내가 겁을 먹고 한두 걸음 뒤로 물러나면 개도 한두 걸음 다가오며 계속 짖는다.
이래서는 답이 안나온다. 몇 차례 이런 경험을 하고나서 나도 요령이 생겼다. 개가 바로 앞까지 다가오더라도 절대로 물러서면 안된다. 나도 그자리에 멈추어서서 개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게 대치하다가 내가 용기를 내서 한 걸음 다가가면 십중팔구 개도 한 걸음 물러선다. 내가 개를 두려워하듯이 개도 나를 꺼려하는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 움직이면서 개의 영역을 벗어나면 된다.
그런데 가끔씩은 개 때문에 울화통이 터질 때가 있다. 안그래도 힘들어 죽겠는데 개**들까지 설쳐댄다. 한번은 짜증을 이기지 못해서 이판사판이라고 생각하며 핸드카를 두손으로 번쩍 들어서 개에게 집어던지는 시늉을 했었다. 그러자 개는 움찔하더니 뒤돌아서 몇걸음 도망친다.
그럴 경우에는 그 자리를 벗어나기가 좀더 수월하다. 내가 개보다 센놈이라는 것을 개에게 보여주면 개도 함부로 나한테 달려들지 못한다. 개하고 내가 일대 일로 맞붙는 상상을 한적도 있다. 나도 어느정도 대가를 치르겠지만, 결국에는 내가 이길 것이다.
개가 가지고 있는 무기라야 기껏 튼튼하고 날카로운 이빨 뿐이지만, 나는 두손 두발을 모두 공격용으로 사용할수 있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나도 부실한 내 어금니를 얼마든지 동원할 수있다. 그러니 객관적인 전력면에서는 내가 우세한 것 아닐까. 물론 싸움이란 것이 전력만으로 판가름나는 것은 아닐테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 개가 반쯤 정신이 나가서 나한테 달려든다면 그때는 싸우는 수밖에 없다. 걸어오느라 지쳤기 때문에 도망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한다. 겁먹거나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맞붙는다면 얼마든지 개한마리 쯤이야 제압할수 있지 않을까. 이 먼곳에 와서 도보여행을 하며 별 상상을 다한다. 기껏 길을 걸으면서 한다는 생각이 고작 개 한마리하고 엉겨붙어서 싸우는 상상이라니.
작은 마을 무스타킬릭에 도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