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교수(경제학)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영국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과 진단, 한국경제의 처방 등을 두고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있다.
김종철
"(이명박 경제팀은) 기술 개발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투자 같은 것은 잊어버리고, 무조건 '하면된다'는식의 나쁜 관치만 기억하고 있는 것이 문제죠. 정말로 개발연대의 박정희식 정책을 하려고 한다고 하면, 이렇게 하면 안 되죠."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경제학)의 입담은 여전했다. 지난 11월 25일(현지 시간) 영국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가 쏟아낸 말이다.
이 자리는 한국언론재단과 KDI국제정책대학원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언론인 연수프로그램 한 과정으로 이뤄졌다.
2시간여 동안 진행된 이날 간담회에선, 현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과 진단, 해법 등을 두고 장 교수의 날카로운 지적이 이어졌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추진 중인 감세와 규제완화 등에 대해선 "개념을 잘못잡고 있다", "다른 나라와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우선 현재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두고, 장 교수는 "신자유의적 금융자본주의의 붕괴"라고 진단했다. 최근 파산 위기로 내몰린 미국의 최대 자동차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에 대해 "그런 회사가 망할 위험에 빠졌다는 것 자체가 기막힌 일"이라며 "예전엔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 터져나오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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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에 버금가는 위기 상황 올 수도"장 교수 스스로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벌어진 이유는 뭘까. 그의 말이다.
"금융과 실물경제 사이에 괴리가 너무 커지고 있어요. 예를 들어 중국 같이 10%씩 성장하는 나라는 빼놓는다 하더라도, 그동안 세계 경제성장률이 보통 0~5% 정도였고, 제조업 분야의 이익률도 3~6% 수준이었거든요. 반면 금융쪽에선 각종 규제가 풀리면서, 잘 알기도 힘든 각종 금융상품이 엄청나게 쏟아져 나왔고, (금융 자본은) 팽창을 거듭했죠. 단순히 한국 코스피지수만 보더라도 1000을 돌파한 지 2년도 안돼 2000이 됐는데..."장 교수는 "그동안 자본주의 역사를 보면 여러가지 버블이 일어났고, 그때마다 '이번엔 다르다'고 했지만 역사는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더 큰 문제는 현재의 금융위기가 얼마나, 어떻게 진행될지 잘 알 수가 없다는 점"이라며 "이같은 불안감은 실물경제의 침체로 이어지면서, 기업도산과 실업증가, 경기침체와 다시 금융부실로 이어지는 최악의 상황이 이어질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미국에서 일주일새 50만 명의 실업자가 생겨나고 있다"면서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가 경제팀 인선을 발표하고, 경기부양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이러다가 자칫 '(1929년의) 대공황에 버금가는 위기 상황도 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금융위기를 극복할수 있는 세가지 해법그러면 어떻게 하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그는 이날 간담회 자리에서 앞으로 고쳐나가야 할 경제시스템 세가지를 제안했다.
장 교수가 밝힌 세가지 해법은 ▲ 실물 부문와 금융 사이의 시차를 줄일 것 ▲ BIS(국제결제은행) 비율 제도를 개선할 것 ▲ 금융부문의 공공성 확보와 국제 신용평가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덧붙인 설명을 좀더 들어보자.
"실물은 금융에 비해 늦게 돌아가는 측면이 있고, 금융은 단 몇 초, 몇 분 만에 움직입니다. 물론 이같은 시차를 없애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시차를 줄여 나가야죠. 이를 위해선 금융의 각종 파생상품 등을 적극적으로 규제하고, 사모펀드 등의 투명성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돈이 어떻게 흐르는지 투명하게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장 교수는 또 "BIS 비율 자체가 개별적인 은행의 건전성만 따지면 별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국민경제 전체를 봤을 땐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성이 강한 금융의 성격상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정부의 개입이 불가피하다"면서 "이와 함께 무디스 등 국제 신용평가기관의 공공기구의 전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경제팀, 나쁜 의미의 관치만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