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마트미국에 본사를 둔 세계최대의 할인점 업체 월마트 매장, 한국교회는 대형할인점과 유사한 전략과 마켓팅으로 지역사회와 교회를 초토화시키고 있다.
백찬홍
기존 신자들이 신도시 대형교회를 선호하는 이유는 직장과 이사 등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기존 교회 목회자들의 자질 부족이나 프로그램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신도시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교회의 수평이동은 교인들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는 하지만 많은 폐해를 낳고 있다. 교회간의 '빈익빈 부익부'현상의 심화, 목회자들 사이의 갈등, 기독교인 사이의 경쟁과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신도시 대형교회들의 성장은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미국의 월마트를 모방한 이마트, 홈플러스 같은 이른바 대형할인점의 성장과 유사하다. 국내 할인점은 1993년 신세계 이마트를 시발로 1996년 유통시장 개방 이후 외국계 할인점의 진출과 함께 2008년 8월말 현재 350개를 돌파한 상태다. 그러나 같은 기간 동안 대형마트의 눈부신 증가와는 달리 전통 재래시장과 동네 슈퍼마켓 등 소형 점포는 전국에서 14만여 개나 줄어들었다.
대형마트는 개인의 자본을 끌어들여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의 막대한 자본을 이용해 지방에 진출하고 있다. 이런 대규모 자금을 동원한 할인점의 출현은 영세 상인의 몰락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자금을 서울과 수도권으로 유출해 지역 경제 기반의 붕괴를 초래하고 있다. 최근에는 2~3년 내에 대형할인점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대형 할인점과 동네 슈퍼마켓 중간 규모인 '대형 슈퍼마켓(Super super market)'으로 유통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대형할인점들이 지역 상권을 장악하고 소비자들을 끌어 모을 수 있었던 것은 가격뿐만 아니라 문화센터, 면세점, 의료시설, 금융시설(은행, 증권, 부동산, 보험), 헬스뷰티시설(미용, 헬스, 헬스케어), 종합레저시설(체육시설, 영화관, 게임장, 여행안내, 웨딩시설, 음식점, 놀이시설)등을 결합해 한 곳에서 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서비스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지역사회의 반발을 의식해 지역 주민, 경제, 문화, 환경과 관련한 각종 행사를 개최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이미지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다.
이마트와 같은 대형할인점이 엄청난 자금과 노하우를 통해 지역 상권을 무력화한 것과 마찬가지로 신도시 대형교회들도 비슷한 전략을 통해 지역교회들을 고사시키고 있다. 신도시 대형교회들은 예배는 물론 교회분위기의 차별화를 통해 지역 신도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예배의 경우 대체적으로 멀티미디어를 통한 비주얼과 밴드를 동원한 음악적 분위기에서 진행하고 있다.
예배당 전면에 매달려 있는 대형스크린을 통해 설교자의 모습을 비춰주거나 예배순서나 성경구절, 찬송가 등을 보여주고 드럼을 중심으로 구성된 밴드들은 예배전과 설교 후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역할을 한다. 교회시설도 카페와 책방을 두는 등 문화센터처럼 꾸며 일반교회 신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의 선두주자는 앞서 언급한 온누리교회라고 할 수 있다. 온누리교회는 이른바 살아 있는 예배를 강조하며 한국교회 예배를 혁신한 것으로 유명하다. 온누리교회는 우선 예배당에 미니멀리즘적 요소를 도입해 화려한 실내장식을 없애고 강단을 연극무대처럼 단순하게 하고 단상에는 아크릴 설교대만 올려놓았다.
예배도 일반교회의 고전적이고 엄숙한 방식을 버리고 남다른 방식으로 진행한다. 예배 시작 전과 설교 후 단상 한쪽에 있는 밴드와 트럼펫이 팝 가스펠을 연주하고 찬양팀 역시 평상복 차림으로 성가를 부르는 등 '포스트모던'적 문화코드를 동원하고 있다.
온누리교회 예배방식은 한때 피아노나 파이프오르간 같은 클래식 악기만을 사용해온 기독교계에 이는 상당한 충격이었고 방식을 두고 교계에 논쟁거리가 되기도 했으나 지금은 수도권 대형교회의 보편적인 모델이 되고 있다. 온누리교회는 이외에 기업의 마케팅기법을 도입해 교회를 성장시켰다.
이른바 기업 내부와 외부의 환경과 역량을 감안한 'SWOT(강점·약점·기회·요인)' 분석을 도입한다든가 세대별, 직업별 맞춤전도는 오늘날 기업이 활용하고 있는 세부마케팅을 활용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홍보 역시 교회 내의 광고계 종사자들을 중심으로 대상자를 세밀하게 분석해 설득력을 높일 수 있는 브랜드와 캐릭터를 만드는 등 마치 기업의 광고 제작과정처럼 진행했다.
또한 교회 안에 대형할인점과 유사한 방식으로 카페와 서점, 꽃집 등을 만들어 교회를 '거룩한 공간'이라기보다는 평일에도 쉽게 찾을 수 있는 '생활공간화'함으로써 교회대중, 특히 교회와 거리를 두는 젊은 세대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온누리교회의 성장 노하우인 예배구성, 교육체계, 조직관리, 전도기법 등은 1990년대 중반 이래 대형교회를 꿈꾸는 목회자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었고 대형교회는 물론 중소형교회까지 따라하고 있는 실정이다(황일도, " 황일도 기자가 지켜본 온누리교회의 겉과속", 신동아 2007년 10월호).
그러나 온누리교회가 서빙고와 양재성전에 만족하지 않고 수도권 신도시에 '비전교회'라는 방식으로 지교회를 설립하면서 지역교회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온누리교회는 자신들의 비전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거점으로서 지교회를 세웠다고 주장하지만 지역교회들은 온누리교회의 기업화된 전도방식에 위협을 느끼고 지역에 따라서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온누리교회같은 대형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신자들은 대부분 자신의 교회와 목회자들에 대해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 일반교회와 차별화된 설교와 예배, 문화를 향유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천편일률적인 대형교회 목회자들의 신학과 신앙, 교회운영은 한국교회의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만 명에서 수십만의 교인을 둔 한국 대형교회 목사들의 대부분 친미보수적이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조용기, 김홍도를 비롯한 선발대형교회는 물론이고 후발대형교회, 신도시 대형교회 목회자들 거의 예외없이 같은 입장이다.
세련된 설교를 한다는 평을 받는 지구촌교회 이동원 목사는 지나친 영어의 사용, 동성애자에 대한 비난, 미국에 대한 사대주의적 편견을 가지고 있고 온누리교회 하용조 목사의 설교 역시 이목사처럼 동성애자와 운동권에 대한 비판적 접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정용섭, "한국교회 설교를 말한다", 기독교사상 2004년 10월호)
온누리 등 후발대형교회, 미국식 예배 및 성공모델 그대로 답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