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으로 가득찬 현대자동차 수출전용야적장세계 경기불황으로 자동차 시장도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달 24일 울산시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전용 차량 야적장에 팔리지 못한 차량들이 가득하다.
연합뉴스
최근 쌍용차에서 벌어진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유급휴직 조치와 현대차 에쿠스 단산에 따른 사내하청업체의 계약해지는 경제위기 때마다 자동차산업에서 일어나는 일의 단면이다. 원청이 어렵거나 생산이 위축되면 하청 노동자를 우선 축소하거나 계약을 해지하는 방법으로 정규직 고용을 지키는 행태가 현실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어떻게 같은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를 비정규직이라고 먼저 자를 수 있냐고 분개할지 모른다. 점잖은 분들은 노동운동의 생명은 '연대'라며 정규직 노동자와 노조에 고언할 것이다.
그러나 사내하청 노동자 해고, 비정규 노동자들로만 이뤄진 공장은 이미 현실이 됐다. 결국 구조적 문제를 개혁하지 않고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경제위기의 희생양'으로 삼는 일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1997년 기아자동차 부도로 본격화한 한국 자동차 산업의 위기는 완성차 공장과 부품업체 등 모든 곳에서 휘몰아쳤다. 특히 정리해고와 희망퇴직 앞에서 노조는 고용 안정에 몰두해야만 했다.
그러나 회사는 차의 하부토대를 생산하는 플랫폼과 글로벌 생산체제, 카니발 생산라인에 프라이드를 투입하는 이른바 '혼류생산' 방식을 도입하면서 유연생산체제를 갖추었다. 자동화, 모듈화, 서열화, ERP(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 SCM(공급망 관리)이 바로 그것이다. 자동화는 한마디로 노동력 대신 기계를 투입하는 과정을 총칭한다. 사람 대신 기계가 일을 하면 회사는 공장 가동을 최대화하는 동시에 원하는 만큼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
'유연생산체제' 가동을 위해 공공연히 이뤄진 외주화그밖에도 회사는 외주화를 통해 사내에서 하던 업무를 다른 업체로 넘겼다. 외주업체는 사내에 들어와 일을 하기도 하고 물량을 바깥 업체에 맡기기도 한다. 이로써 자동차 생산과정의 주요 라인을 슬림화하는 동시에 유연화했다. 외주화 후엔 한 업체에 물량을 몰아주지 않는다. 비슷한 제품일지라도 차종에 따라 사양에 따라 여러 업체에 나눠준다.
이를 일컬어 이원화라 한다. 최근 이원화는 글로벌화와 연계하여 해외에서 수입하는 경우도 있으며, 국내 부품업체가 해외로 진출한 경우 해외생산 부품을 역수입하기도 한다. 이것은 바이백이다.
그리고 원청 안에서는 물량이관과 전환배치가 활발해지고 있다. 시장 상황과 수요에 따라 판매량이 변동하면 적게 팔리는 차는 적게 만들고 많이 팔리는 차는 많이 만들기 위해 차종을 이 공장 저 공장으로 옮기고(물량이관), 그에 따라 사람도 옮겨다니도록 만들려고 한다(전환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