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돈 세고 돈 먹기'에 당했다

등록 2008.12.02 22:30수정 2008.12.02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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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띵~해진다. 갑자기 10년 전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그런데 지금의 사태는 10년 전과는 다르단다.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나는 경제학자가 아니다. 그렇다고 경제학과 관련된 분야를 깊이 있게 연구한 사람도 아니다. 그냥 평범한 40대 후반의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이다. 그래서 시간을 가지고 기다려봤다. 국내외적으로 내노라는 분들이 작금의 경제위기에 대한 원인을 분석하고 그 처방전을 내놓겠지..하면서 인터넷과 신문을 뒤적거리면서 기다려 왔다.

 

드디어 앨빈 토플러라는 세계적 유명 미래학자 분께서 입을 여셨다. 그는 말했다. “과거의 그때와 오늘은 다르다”고. 그런데, 내가 읽은 신문 기사에는 ‘무엇이 어떻게 다르다’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더욱, 그래서 어떤 방법으로 매듭을 풀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없었다. 그래서 더 답답해졌다.

 

10년 전. 우리는 아무런 준비도 없이 외환위기라는 괴물을 만나 엄청난 고통을 감수해야만 했다. 전혀 본 적이 없는 괴물이었기에 그 괴물의 모양새를 찾는데 1년, 그 괴물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성향을 파악하는데 1년, 좋은 먹이 감을 구해 포악한 성질을 달래는데 1년 등 3년을 보내고서야 겨우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 경제 위기의 진원지는 세계 경제대국 미국이란다. 우리가 10년 전에 만났던 그 괴물이 미국으로 건너가서 날뛰고 있단 말인가? 그런데 전문가들은 지금 미국에서 불을 내뿜고 있는 괴물의 정체는 과거의 ‘그것’과는 다르다고 한다. 무엇이, 어떻게?

 

이번 미국발 경제위기의 근원은 미국의 대출 프로그램에 있다고 한다. 즉, 비우량 신용등급자(sub-prime)에게 집값의 100%를 대출해주는 대신 이자를 높게 받는 대출상품을 만들어 세계 각국의 헷지 펀드의 자금을 끌어 모았는데, 그동안 오르기만 하던 미국의 주택가격이 2007년 말부터 갑자기 떨어지기 시작하자 대출 원금도 회수하지 못하게 된 금융기관들이 파산직전에 몰리면서 시작되었다 한다.

 

표면적인 분석으로는 맞는 말이다. 집값의 일정 범위내에서 대출을 해줬어야 했는데 시세의 100% 까지 대출해줬다니, 한마디로 제 정신이 아닌 금융기관이다. 더군다나 수입원도 분명치 않는 비우량 신용등급자에게? 이 두가지만 놓고 본다면 해당 금융기관은 망해도 싸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근본 문제는 서브 프라임 모기지 론이 아니라는데 주목해야 한다.

 

세계 2차 대전 이후 미국은 세계 경제를 주름잡았다. 전기와 통신, 기관차, 자동차, 반도체,컴퓨터, 인터넷 등의 신제품을 만들어 전 세계로 보급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대량생산의 방식은 영국에서 찾아냈지만 실제 상품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곳은 석유자원을 등에 업은 미국이었다. 이때 부터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쫒아 미국으로 몰려들었다. 컴퓨터와 인터넷 시대까지는 그랬다.

 

그러나 미국의 한계는 인터넷까지였다. 항상 창의적 발상과 과학적 시스템으로 일상에 필요한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던 미국이 휴대폰 시대에서 필란드나 한국 등 주변국들에게 선두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물론 80년대 이후 미국이 야심차게 진행한 창의적 발상이 없지는 않았다. 그 대표적인 것이 ‘스텔스’ 전투기였다. 그러나 이것은 개인이 사용하는 제품이 아니기에 세계 경제를 이끄는 ‘파워 리딩’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이같이 미국이라는 제조업 기반의 경제 괴물이 잠시 주춤하는 사이,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온 것이 바로 금융서비스 산업이었다.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 세계 경제 발전의 선도역할을 담당하고, 또 세상의 거의 모든 경제이론을 창출해낸 미국이 망치나 두들기며 신제품을 만들어 파는 것은 체면 구기는 일이었다.

 

그들은 비지 땀을 흘리면서 신제품을 개발하기 보다는 수리적 계산에만 매달리면 부가 창출되는 금융산업으로 파고 들어가 숱한 파생금융상품을 만들어 경제이론을 전파하듯이 세계 각국을 현혹하기 시작했다. 세상의 식자들은 미국에서 또는 미국의  경제학을 공부했기에 그들이 제시하는 검증된 경제이론에 찬사를 보내고, 파생금융상품 기법을 통해 부를 축적한 대표적 회사와 인물을 부러워 하면서 ‘돈 세고 돈 먹기’ 게임에 올인했다. 그들의 구라를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2007년 말부터 이상한 낌새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거품이 걷히고 나니까 터지길 기대했던 잭팟은 커녕 깡통만 보이는 것이었다. 이번엔 미국이 하우스였고, 미국이 배출한 세계적 경제이론자들은 설계자였으며, 파생금융 자산가로 알려진 누구 누구는 바로 타짜였다. 그리고 우리는, 아니 전 세계 국가와 국민들은 그들이 돌린 ‘탕’먹고 혹시나 하고 X구녕에 힘주며 기회를 엿보던 들러리였던 것이다.

2008.12.02 22:30ⓒ 2008 OhmyNews
#금융위기 #미국 #파생금융상품 #타짜 #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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