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라디오 시범사업자들의 모임인 한국커뮤니티라디오방송협의회(회장 정용석)는 방송통신위 방침이 제대로 시행되려면 '출력 증강을 통해 최소한 허가받은 기초지자체에는 들릴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 출력을 10W 이하로 묶어둔 방송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
이것이 기본적으로 전제되지 않는 한 '공적 지원을 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들의 기본적인 견해다. "계속 지원이 어렵다면 적어도 출력이 올라가 광고 수입이 가능할 때까지 단계적으로 지원금을 축소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이 이 단체 송덕호 사무국장의 주장이다.
방송통신위 쪽도 부분적으로는 이들의 주장을 인정하고 있다. "전파 출력이 약한 부분에 대한 문제는 있다"는 것. 그러나 지원에 대해서는 부정적 태도다.
방송통신위 한 관계자는 "발전기금 지원 중단은 이미 이전 정부 때 결정된 사항"이며 "운영할 만한 광고 수입을 올리는 것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면서 이렇게 말했다.
또 출력 증강에 대한 부분도 "주파수 재배정이 쉽지가 않다"며 "주파수 환수와 재배치에 대한 방송들의 이해관계가 달라 조정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연말에 시범사업 평가 용역이 나올 예정"이라며 "그것을 기준으로 내년도 공동체라디오 본 사업 진행에 대한 방향을 정하게 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방송통신위의 이런 방침은 미디어의 공공성을 간과한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2~3년을 내다보고 일해왔다"는 공동체 라디오방송 관계자들은 방송통신위의 방침이 "공적 기능을 포기하라는 것과 다름이 없다"며 허탈해 했다. '2005년 시험방송 때도 고작 3개월 방송한 시점에 평가 보고서가 작성됐고, 그간 수익도 못 내게 했으며, 담당자가 7번이나 바뀔 만큼 관심도 없었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실질적 조사도 안 하다가 갑작스레 일방적인 용역 조사를 진행하고 있을 만큼' 방송통신위의 방침에 문제가 많다는 것이 공동체 라디오방송들의 주장이다.
공익과 비영리의 원칙 아래 미디어 불평등 해소를 위해 애썼고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고 있음에도 풍전등화의 현실 앞에 놓인 공동체 라디오방송. 처음에 세운 사업 목적대로 '한정된 주파수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지역문화를 발전'시키고 있음에도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 재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일은 더 늘어나야지, 줄어든다는 게 말이 되나요? 우리 같은 사람들, 이런 방송 덕분에 얼마나 많은 도움 받고 있는데. 이런 방송 없어지면 절대 안 돼요."
'내년에 방송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에 방송의 즐거움을 한창 이야기하던 한혜정 할머니의 표정에는 이내 근심이 서렸다. 옆에 있던 다른 실버 진행자들도 "정부가 왜 이렇게 좋은 방송을 왜 없애려 하느냐? 없어지면 안 된다"며 거들었다. 공동체 라디오의 위기 상황, 가장 큰 피해를 볼 사람은 바로 이들 지역 주민들이었다.
"공동체 라디오의 성과는 상당히 큽니다. 미디어 불평등을 해소시켰고, 방송의 문턱을 낮춰 저변을 확충한데다 사회적 관심에서 멀어진 분들에게 자존감을 갖게 해 줬거든요."
지난 11월 27일 '관악FM'에서 만난 안병천 본부장은 공동체 라디오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주류 방송과는 다른 내용으로 '듣는 방송이 아닌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방송'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는 것. 그는 공동체 라디오의 공공성의 덕분에 이런 모습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공동체 라디오를 시작하면서 미디어의 공적인 역할이 무엇일까를 고민했어요. 그 과정에서 미디어 소외 계층들에게 초점을 맞췄던 것이지요."
'관악FM'은 실버 세대들과 청소년들에게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다. 청소년 회관과 노인 복지관에 스튜디오를 구축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런 노력의 결실이다. 공동체 라디오의 공공성을 제대로 살려내고 있는 것이다.
안 본부장은 "2년간의 노력 끝에 실버 세대들과 청소년 방송 토대를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공동체 라디오의 인프라도 구축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내년부터 정부 지원이 중단될 예정인지라 그간의 성과가 물거품이 될까봐 그는 고민하고 있었다.
"지원을 끊겠다고 하니 청소년이나 실버세대, 소외 계층으로 나가는 예산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더군요. 공익과 비영리 방송은 필요한 공적 개념인데, 광고로 먹고 살려면 이런 부분이 소홀히 되는 것이야 당연하고 결국 돈 되는 방송을 해야 하잖아요."
그는 공동체 라디오가 "지역사회 문화 향연과 풀뿌리 민주주의의 성장을 가능케 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안정될 때까지는 국가적 시책으로 더욱 지원하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지원이 끊기면 지자체 등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데, 그럴 경우 여러 제한이 많다"는 것. 중앙에서 주는 게 가장 깨끗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안 본부장은 "그동안의 시험방송을 평가하는 용역 보고서를 작성한다는데, 제대로 하려면 한 방송국에서 최소 1주일은 지켜봐야 알 수 있는 것"이라며 보고서가 겉핥기식으로 작성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정부 담당자들도 상황을 올바로 인식하기 위해서는 공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