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연세대 연희관에서 강의하고 있는 강준만 교수.
오마이뉴스 김영균
'지식인의 지식인'이라는 별칭을 얻고 있는 강준만(52·전북대) 교수가 역사교과서 수정을 포함한 '역사의 우편향' 논란에 대해 "진보진영의 책임이 크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29일 연세대 연희관에서 열린 강연에서다. 이날 강연은 강 교수가 집필한 <한국 근현대사 산책>(인물과 사상사, 전 28권) 완간 기념으로 이뤄졌다.
강 교수는 "진보적 사관을 갖고 있는 분들이 우리 근현대사에 대해 진보적 관점에서 서술하다 보니 본의 아닌 실수를 했다"며 "대한민국의 자부심 문제를 좀 소홀히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역사가 분단세력이 승리했고, 기회주의가 판을 친 역사라고 볼 수 있지만 그것을 전부라고 보면 안 된다"면서 "개발독재의 역사를 박정희 중심으로 쓰면 끔찍하지만, 민중의 관점에서 보면 배울 것이 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또 "긍정과 낙관을 포함한 역사의식을 보수파에게 넘겨준 것은 (진보세력의) 실수"라며 "그 몫도 진보파가 챙겼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너무 사회정의만 앞세워 (역사를) 보다 보니 왜곡되고 일그러졌다"고 덧붙였다.
최근 우파진영이 대한민국 건국과 산업화의 위대함을 부각시키며 '역사적 반격'에 나선 상황에서 강 교수의 지적이 주는 교훈은 크다.
현재 뉴라이트 등은 민주화 보다 산업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이승만-박정희 시대를 되살리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미 서울시내 고등학교에서는 이같은 내용을 가르치는 우파인사들의 '역사특강'이 지난 27일부터 진행 중이다.
강 교수에 따르면, 우파의 반격에는 역사의 긍정적인 면을 챙기지 못한 진보진영 역사학자들의 책임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왜 한국 근현대사 이야기는 안 읽히고, <로마인 이야기>나 <삼국지>는 많이 읽히는지 답답했다"면서 "이는 수난과 시련으로만 점철된 한국 근현대사를 우울하다는 이유로 적극 외면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이런 '문제의식'이 역사학자도 아닌 자신이 역사책(한국 근현대사 산책)을 쓰게 된 동기라고 밝혔다. 역사의 '명암'을 동시에 보게 해 독자들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제대로 알게 하기 위해서라는 얘기다.
그는 강연 원고에서 "오늘날 대한민국의 여러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는 축복과 저주는 동전의 양면처럼 분리할 수 없는 것"이라며 "이를 잘 깨달아 사회적 현안에 잘 대처하고 미래의 진보를 기약하자는 뜻"이라고 집필 이유를 말했다.
"한국 근현대사 속 연고주의, 보수주의, 기회주의... 명암 같이 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