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년소답청혜원 신윤복의 년소답청(年少踏靑).지본채색 (紙本彩色). 35.6x28.2cm/간송미술관 소장
간송미술관
년소답청(年少踏靑)을 살펴보자. 때는 바햐흐로 꽃피는 춘삼월. 새 봄을 맞이하여 젊은이들이 답답한 청루(靑樓-기생집)를 벗어나 봄놀이에 나섰다. 인원은 남자 셋 여자 셋. 딱 짝을 맞췄다. 타고갈 말도 준비했다. 이들이 타고 가는 말(馬). 이거 보통 물건이 아니다. 오늘날 의 최고급 스포츠카 뺨친다.
색깔도 흰색, 검은색, 황색 골고루 갖췄다. 발목이 날씬한 것으로 보아 왕실 목장에서 길러 임금으로부터 하사받은 말인 것 같다. 특히 흑마는 포르쉐 파나메라를 떠올리게 한다. 마구도 요란뻑적지근하다. 화려한 안장 아래 검은 언치를 덧댔다. 엉덩이를 휘감은 마대(馬帶)를 배 아래로 늘어뜨린 것이 스포일러를 연상시킨다. 철재 등자를 가죽으로 감쌌고 면식에 꽃을 꽂았다. 오늘날 졸부 자녀들이 억대가 넘는 외제 스포츠카에 갖은 인테리어를 한 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
여자 세 명 중 10대가 두 명이고 20대가 한 명이다. 배경을 중요시하는 혜원은 풀 한포기, 돌멩이 하나를 예사로 그리지 않았다. 바위 골짜기에 피어있는 진달래의 포기로 암시하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짝을 맞춘 남자 셋, 여자 셋 중에서 이미 육체관계를 맺은 사이를 내밀히 표현하고 있다. 가채머리에 꽂아준 진달래 꽃이 운우의 징표다.
오른쪽 남자는 품새로 보아 마부 같지는 않다. 보라색과 옥색천으로 누빈 저고리에 향낭(香囊)을 달았다. 요새는 아무나 향수를 뿌릴 수 있지만 당시 향낭을 찰 정도면 권문세도가집 자제가 아니면 꿈도 못 꿨다. 홍록(紅綠) 주머니를 길게 늘어뜨리고 행전은 짧고 중치막의 뒤폭이 걸을 때마다 나풀거리게 한 것이 여간 멋을 낸 게 아니다. 최첨단 패션 감각을 살렸다.
한껏 멋을 부린 것으로 보아 대갓집 도령 같은데 머리에 벙거지를 쓰고 말고삐를 잡고 있다. 마부일까? 아리송하다. 하지만 맨 왼쪽, 맨 상투에 갓을 들고 뒤따라가는 남자를 연결 지어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 오른손에 갓을 들었지만 왼손에 말 채찍을 든 행색이 영락없는 구종(驅從)이다.
다시 설명하면 자기가 타고 다니던 말에 여자를 태우고 자신은 마부를 자임하고 나선 것이다. 오늘날로 해석하면 헌팅에 나선 젊은이가 자기의 스포츠카에 여자를 태우고 자신은 운전사를 자청한 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
두 번째 검은 말을 살펴보자. 역시 말에는 노란 바탕에 보라색 회장을 댄 저고리를 입은 기생이 타고 말 주인은 걷고 있다. 마상의 여자가 담배가 피우고 싶나보다. 요염한 자세로 손을 내미니 사내는 장죽에 불붙여 두 손으로 받들어 올리느라 여념이 없다.
아래 그림은 늦게 출발한 남자가 앞서간 일행을 따라잡기 위하여 눈썹이 휘날리고 갓은 벗겨져 있다. 마상에 있는 여인은 쓰게 치마를 뒤집어썼지만 바람에 휘날리고 가느다란 허리가 드러나 있다. 역시 여자의 세요(細腰)는 예나 지금이나 시대의 트렌드다. 이러한 상황 묘사는 실제 경험했거나 보지 않고서는 그려낼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