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특강인데... "남자는 꼭 군대 가라"?

[현장]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 강서공고 강의

등록 2008.11.28 15:15수정 2008.11.28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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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오전 서울 강서구 강서공고 역사특강 강사로 나선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
28일 오전 서울 강서구 강서공고 역사특강 강사로 나선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오마이뉴스 김영균
28일 오전 서울 강서구 강서공고 역사특강 강사로 나선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 ⓒ 오마이뉴스 김영균

28일 서울시 교육청의 역사교육 특강 둘째날 서울 강서구 방화동 강서공업고등학교에서는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가 강사로 나섰다.

 

송 교수는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인가'라는 주제로 오전 9시부터 약 90분간 강의했다. 역사특강은 시청각실에서 50여 명의 학생들만 직접 듣고, 나머지 3학년생 260여 명은 교실에서 TV를 통해 지켜봤다.

 

송 교수는 대학교수 출신답게 질문을 던져가면서 쉽게 강의를 풀어나갔지만, 학생들의 집중도는 매우 떨어졌다. 시청각실에 모인 50여 명의 학생 중 절반은 강의 내내 졸거나 음악을 듣는 등 딴짓에 열중했다.

 

강의를 시작하면서 송 교수가 "아무도 노트(필기)하는 사람이 없는데, 노트를 해야 체계 잡힌 정보가 되고, 그게 지식"이라며 필기하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트를 꺼내 든 학생은 거의 없었다.

 

이를 본 송 교수는 "적어야 하는데 적지도 않고..."라며 불평을 했다.

 

강의 시간 내 질문을 던져도 마찬가지였다. 송 교수가 "우리나라는 자유로운 시민권리를 100% 누리고 있는데 그렇게 생각하냐"고 물었지만, 학생들은 침묵만 지켰다. 나중에서야 몇몇 학생들이 송 교수의 질문에 겨우 대답했지만, 질의응답식 강의는 매끄럽지 않았다.

 

대한민국을 만든 네 사람... 이승만·박정희·재벌기업·군대?

 

이날 송 교수의 강의는 대한민국의 건국과 민주화, 산업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그는 다른 강사들과 마찬가지로, 민주화보다 산업화를 높게 평가하는 뉴라이트 계열 학자들의 주장을 충실하게 학생들에게 전달했다.

 

특히 송 교수는 강의에서 '대한민국을 만든 네 사람'으로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과 삼성, 현대 등 재벌기업, 그리고 '군대'를 꼽아 가르쳤다.

 

송 교수는 "이승만 대통령이 남쪽을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안 만들었으면 오늘날 우리도 어려웠을 것"이라며 "부정선거하고 독재 하고, 잘못한 것도 많지만 대한민국을 일으켜 세웠다"고 가르쳤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 독재자들은 민주화 억압하면서 독재 밖에 안했지만, 박정희는 산업화를 했다"고 평가한 뒤 "'유신' 때 중공업으로 산업화하면서 우리가 북한을 앞서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시절 시련을 겪었던 민주화 운동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송 교수는 "요즘 '유신' 욕도 많이 하는데, 국민 여론조사하면 유신 세대가 박정희를 제일 지지 한다"면서 "유신 때 억압받고, 인권 유린됐다는 사람은 민주화 투쟁한 사람들이지, 일반 국민들에게는 안 그랬기 때문에 그렇지 않겠느냐"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또 그는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은 우리 대한민국의 복"이라며 "우리가 그런 대통령을 안 만났으면 인도네시아나 베트남 같이 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 교수는 부정부패와 독재, 군사쿠데타 등 두 전직 대통령의 과오는 숨긴 채, 성과만을 크게 부각시켰다.

 

 강의를 듣는 학생들 절반이 졸거나 딴짓을 하고 있다.
강의를 듣는 학생들 절반이 졸거나 딴짓을 하고 있다.오마이뉴스 김영균
강의를 듣는 학생들 절반이 졸거나 딴짓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김영균
 

"군이 대한민국 안정화, 많은 인물 만들어"

 

그는 또 '기업과 군대'가 대한민국을 만들었다며 학생들에게 "기업프렌들리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군대에 대해서 그는 "군이 대한민국을 안정하게 만들고, 많은 인물들을 만들어냈다"고 추켜세웠다. 5.16 이나 12.12 군사쿠데타 등 헌정 질서를 파괴한 군의 과거에 대해서는 "국민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준 것도 사실"이라며 간단히 언급만 하고 넘어갔을 뿐이다.

 

송 교수는 강의 끝에 "나도 군대 다녀와서 이타적인 사람이 됐다, 내 아들 두 명도 다 군대 보냈다"면서 "남자들은 꼭 군대 가야 한다"고도 말했다.

 

이날 강의는 무난하게 끝났지만, 평가는 좀 달랐다. 강의가 끝난 뒤 강서공고 3학년 주임교사는 마이크를 잡고 "송 교수의 강의와 다른 시각도 있으니까, 다른 이야기도 듣고 균형 잡힌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학교 이승환(18) 학생은 "이전에는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는데, 강의를 듣고 나니 좀 다른 면이 보였다"며 "나름대로 재밌는 강의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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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28 15:15ⓒ 2008 OhmyNews
#역사특강 #송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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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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