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다리야 강그 너머로 보이는 작은 마을은 투르크메니스탄 영토다
김준희
모든 준비를 마친후에 나는 마을의 안쪽으로 들어가보았다. 그곳에는 아무다리야 강이 있다. 우즈베키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의 국경 중에서 이 지역만 유일하게 아무다리야 강이 자연적인 경계를 형성한다.
나머지 경계의 상당부분은 육지에 걸쳐져 있다. 이곳에 서면 강건너 투르크메니스탄의 작은 마을이 마치 돌팔매질을 하면 닿을 것처럼 생생하게 보인다. 바람소리와 개짓는 소리, 어디선가 들려오는 아기 울음소리.
한때는 같은 나라였다가 독립을 하면서 나뉘어진 두 국가. 이들은 구소련 스탈린 시절에 임의로 만든 민족간의 경계에 따라서 국경을 정했다. 물론 그것이 민족의 경계를 정확하게 반영한 것은 아니다.
독립을 하면서 투르크메니스탄은 철저한 폐쇄정책을 택했고, 우즈베키스탄은 상대적으로 덜 폐쇄적인 정책을 선택했다. 그 차이는 두나라의 운명을 갈라놓았다. 우즈베키스탄은 1년 내내 수많은 관광객이 북적이는 나라가 된 반면, 투르크메니스탄은 이름조차도 낯선 변방의 빈국이 된 것이다. 두나라의 공통점이라면 수니파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들이 많고, 지하자원이 풍부하다는 점 정도. 그리고 러시아어가 통한다는 것도 빠질 수 없다.
작년 말에 사망한 투르크메니스탄의 전대통령 니야조프는 거의 20년 동안 철권을 휘두르며 나라를 다스렸다. 곳곳에 자신의 황금동상을 만들고 지방에 있는 모든 도서관을 폐쇄했다. 그 이유는 일할 시간도 없는데 무슨 책을 읽냐는 것이다.
자신의 건강이 나빠져서 의사에게 금연권유를 받자, 전국의 성인남녀들에게 담배를 피우지 못하도록 명령했다. 금니가 눈에 거슬려서 금이빨을 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어찌보면 참으로 재미있는 나라가 투르크메니스탄이다.
니야조프가 사망하면서 그의 권력은 무하메도프에게 넘어갔다. 그는 나라의 경제를 생각해서인지 좀더 적극적인 개방정책을 펴고 있다. 투르크메니스탄의 국민들에게 보다 살기 좋은 세상이 펼쳐지는 것일까. '잃어버린 20년'을 되찾지는 못하겠지만 좀더 새로운 미래가 다가오는 것은 분명할 것이다.
해질녁이 되어서 다시 식당으로 돌아왔다. 생선요리를 주문했더니 넓은 접시에 튀긴 생선을 그득 담아서 주었다. 나는 그걸 안주삼아서 맥주를 홀짝이며 현지인들과 대화했다. 이곳에서 35km 정도가면 경찰검문소가 있는데, 그곳에서 잘 수도 있단다. 경찰과 함께 하룻밤이라, 이것도 나름대로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그 경찰검문소를 지나면 35km마다 또 식당이나 검문소가 있다고 한다. 식당이 여기서 몇 킬로미터가 떨어져 있건 간에, 나는 무조건 아침 일찍부터 걷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방법이 없다. 그런데도 왜 자꾸 거리를 확인하고 싶어하는지 의문이다. 생선과 맥주로 배를 채우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도 힘든 하루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