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 목사. 좋은나무교회 앞에서
경향잡지 김민수 기자
하느님의 길이 아닌 방법은 끝까지 사절하고 승리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 설령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하느님께서 명하신 길을 따라가서 하는 실패라면 기꺼이 하고 싶다. "이런 실패는 자랑스러운 것이다 너희도 불행한 성공보다는 행복한 이런 실패를 하라"고 떳떳하게 외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성공으로 인간의 가치를 측정하는 이 시대의 풍조를 거스르고 싶다. 성경에는 바보가 많다. 노아는 화창한 날에 홍수가 나서 세상은 멸망당한다고 산꼭대기에다 120년이나 걸려 큰 배를 지었다. 아브라함은 하느님의 말 한마디에 따라 고향을 떠나 타국으로 이주하면서 고생을 자처하였다. 요셉은 억울한 일을 당해 감옥에 가도 변명 하나 하지 못한 정말 바보다. 호세아는 하느님의 명령에 따라 창녀를 아내로 맞은 바보다. 다니엘도 느헤미야도 고집스럽게 바보의 삶을 살았다.
세례요한은 고생을 자처하며 바보스러운 생활만 하면서 사람들이 싫어하는 말만 골라 하다가 개죽음을 당했다. 바울도 그 잘난 가문과 학식과 지위를 다 버리고 일평생 바보스러운 삶을 살았다. 시대의 풍조를 거스르며 신사참배를 거절해 죽어간 주기철 목사님도, 자기 아들을 죽인 원수를 양자로 삼은 손양원 목사님도, 이미 통일이 왔다고 민족 통일의 꿈을 노래했던 문익환 목사님도 영락없이 다 바보들이다.
나는 이 바보들이 부럽다. 나도 그들처럼 철저한 바보가 되고 싶었는데 바보가 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세상 사람들이 알아주고 부러움의 대상인 천재보다는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고 오히려 멸시하고 깔보는 바보가 나의 선망의 대상이다. 오직 하느님 한 분만 알아주면 만족해하는 그 바보가. 그러나 바보가 되려는 것 때문에 진짜 바보가 아닌 사이비 바보로 남을까 그것이 두려울 따름이다.
어느 곳에서나 울고 싶을 때 울고 노래하고 싶을 때 콧노래 부르고 더울 때 옷을 훌훌 벗어버리는 수치도 겸손도 사랑도 모르는 그런 사람 다른 사람 걸어갈 때 서있으면 어떠하리 거울 속의 나를 보고 몰라본들 어떠하리 어제도 오늘도 감각도 의식도 생각 없는 그런 바보가 되고싶다 마음이 모자라서 흡족한 사람 나 너 너 나 무엇을 따져보리 아무 것 채울 것도 비울 것도 없는 것을. -조영희 '바보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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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 기자는 부산 샘터교회 원로목사. 부산 예수살기 대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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