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30일 오전 서울 중구 신당동 기동본부에서 열린 '경찰관 기동대 창설식'에서 경찰관 기동대원들이 진압시범을 보이고 있다.
유성호
어청수 청장은 대통령 업무보고 자리에서 체포전담조(백골단) 설치를 추진하고 시위 진압에 전기충격 진압봉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보고대로 그는 1000여명의 경찰관 기동대원을 뽑아 시위진압 역할을 맡겼다. 지난 5월과 6월, 경찰청 인권위원들과 서울경찰청 인권위원들이 경찰의 시위 과잉 진압에 항의하여 연이어 사임 의사를 밝혔는데도 그는 전혀 괘념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오히려 그는 기자들에게 "1980년대 식 강경 진압을 한 번 해볼까 한다"고 큰소리를 쳤다. 실제로 6월 27일부터 방패와 진압봉으로 무장한 경찰이 시민을 몰아붙였고, 28일에는 민주당 강기정, 김재균 의원 등이 신분을 밝혔음에도 폭행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어청수 청장은 '전국경찰복음화금식대성회' 포스터에 등장하고, 불교 조계종 총무원장의 차량을 과도하게 검문하기도 하여 가뜩이나 소외감을 느껴오던 불교계의 반발을 샀다. 하지만 그는 자기의 사퇴는 15만 경찰의 사기를 떨어뜨린다는 이상한 논리로 뻣뻣이 맞섰다. 그러다가 대통령의 사과 지시가 있자 뒤늦게 이 절 저 절 찾아다니며 사과를 구걸했다.
또한 그는 자기가 한때 정보과장으로 근무했던 강남경찰서에 가서 전경과 전경 어머니 회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경찰서장에게 "야, 이 00야! 이것도 제대로 몰라?"등의 막말로 야단을 쳐 기본 소양을 의심받기도 했다.
광우병대책회의가 지난 8월 29일 국회에 제출한 국민청원서에는 무려 11만 4050명이 어청수 청장의 파면을 요구했다. 국민들도 경제가 어려워 잠시 그를 잊고 있었고 불교계에서도 어려운 나라 형편을 고려했는지(아니면 다른 이유인지는 몰라도) 최근에야 그의 사과를 받아들였다.
사실 경제 위기만 아니었다면 어 청장이 지금 자리를 지키고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이런 마당에 어청수 청장에게 '존경받는 대한민국 CEO 상'을 준다는 것은 촛불시민과 불교계를 우롱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신상'과 '필벌'이 전도된 현상'신상필벌(信賞必罰)'은 공이 있는 사람에게 상을 주고 과가 있는 사람에게 벌을 주어야 한다는 공정한 불문율이다. 이것이 지켜지지 않으면 공동체의 규율이 서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이 점에서 매우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필벌'의 룰이 '유전무죄 무전유죄'로 빗나가고, '신상'의 룰이 나눠먹기로 담합되는 사회는 불공정할 뿐 아니라 부도덕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이번 수상은 벌을 주어야 할 사람에게 상을 주는 것이니 상벌이 전도된 것이다.
어 청장을 수상자로 결정한 한국전문기자클럽의 존재 역시 의문이다. 이 협회는 지난 7월에 만들어진 신생 단체라는데 관계자에게 전화로 물으니 회원 중에 현직 기자는 없다고 했다. 현직 기자도 없는 단체의 이름이 '전문기자클럽'이라니….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전문기자클럽의 외신기자가 어 청장을 추천했다고 밝혔다는데 어떤 외신기자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이 협회의 상임고문은 임덕규씨인데 그는 예전 국민당 국회의원을 지낸 인물이다. 또한 상 심사위원장은 박실씨로 보도되었는데 그 역시 국회의원 출신이다. 이런 점으로 볼 때 혹여 정치적인 이유로 수상자를 결정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덧붙이자면, 이번 일에 <한국일보>도 책임이 크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한국전문기자클럽과 달리 <한국일보>는 그래도 역사와 공신력을 갖춘 언론기관인데, 국민들 대다수로부터 지탄을 받았던 인물에게 왜 상을 주게 됐는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시상 주최 측은 어청장의 수상 이유가 '시국 안정에 기여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국민들은 어 청장이 쌓은 컨테이너 벽을 '명박산성'이라고 불렀다. '명박'을 방어한 성이기에 이런 이름이 붙었을 것이다. 만에 하나 어 청장에게 공로가 있다면 진짜 수상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 아닐까.
덧붙이는 글 | 필자 김갑수는 소설가로서 오마이뉴스에 대하팩션 <제국과 인간>을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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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박산성' 쌓은 어청수 청장이 존경받는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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