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발낙지사람들이 흔히 머리라고 부르는 달걀 모양의 동그란 부분은 세발낙지 몸통이다. 세발낙지 머리는 아래쪽에 있고, 입을 중심으로 8개의 다리가 붙어있다
이종찬
전라도 대표적인 음식, '개펄에서 나는 산삼' 세발낙지 한자어로 '석거'(石距), 장어(章魚), 낙제(絡蹄)라고도 부르는 낙지. 그 중 세발낙지는 '낙지 발이 3개'라서 부르는 이름이 아니라 '낙지 발이 가늘다'(細)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세발낙지가 흔히 '개펄에서 나는 산삼', '초겨울 바다 맛의 황제'라 불리는 것도 겨울철 땡추위를 이길 수 있는 강력한 스태미너 식품이기 때문이다.
다산 정약용(1762~1836년) 형 정약전(1758~1816)이 쓴 <자산어보>에는 "낙지는 맛이 달콤하고 회, 국, 포를 만들기 좋다"며 "말라빠진 소에게 낙지 서너 마리만 먹이면 곧 강한 힘을 갖게 된다"고 적혀 있다. 조선시대 명의 허준(1539~1615) 이 쓴 <동의보감>에도 "낙지는 성(性)이 평(平)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다"고 나와 있다.
원기회복에 그만이라는 낙지. 낙지는 전라남북도에서 많이 잡히는 먹을거리이다. 이는 옛 문헌에 전라도 대표적인 음식으로 낙지를 소개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낙지에 얽힌 우스꽝스런 이야기도 있다. 옛 사람들은 낙지를 '낙제어'라 불렀는데, 이 이름 때문에 과거를 준비하거나 수험생들에게는 낙지를 먹이지 않았다는 설도 있다.
전남 목포가 고향인 권승일(50, 건설업) 사장은 "남도에서는 소가 새끼를 낳거나 여름에 더위를 먹고 쓰러졌을 때 큰 낙지 한 마리를 호박잎에 싸서 던져준다"고 말한다. 권 사장은 "어릴 때 할아버지께서 집에서 키우는 소가 비실비실할 때 호박잎에 낙지를 싸서 던져주곤 했는데, 이 낙지를 먹은 소가 금세 기운을 차리는 것 같았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