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비시 호텔 식당 내부. 식당이자 로비 역할을 겸한다.
조경국
점심식사를 하려고 들른 마우비시 호텔은 산꼭대기에 있었다. 호텔 건물은 지은 지 오래된 것처럼 보였으나 번듯하고 깔끔했다. 건물 앞에는 퇴락한 넓은 유럽식 정원이 자리잡고 있었다. 포르투갈 점령 당시 지배층의 저택이 아니었을까 짐작한다. 하지만 확인하지 못했다.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호텔 안을 둘러보았다. 호텔 로비에는 붉은 색 소파가 ㄱ자형으로 놓여 있었고, 탁자 위 꽃병에는 활짝 핀 국화가 꽂혀 있었다. 객실의 침대는 깨끗하게 손질되어 있었고, 가구는 고급스러워 보였다. 흰 타일이 붙어있는 주방 역시 깔끔해 보였다.
그 흰 타일에 도마뱀이 기어가는 것을 조경국 기자는 봤다고 했지만 나는 보지 못했다. 동티모르 호텔에서는 종종 도마뱀이 나타난다는데, 나는 그 곳에 있는 동안 단 한 번도 도마뱀을 보지 못했다. 한번쯤 봐도 괜찮았을 텐데….
마우비시 호텔은 주로 유엔경찰과 그 가족들이 이용한다고 했다. 하룻밤 묵는 데 평일에는 50달러 정도, 주말에는 70달러 정도 한다고.
하지만 한낮의 호텔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고, 화장실은 물이 나오지 않았다. 깔끔한 호텔에 대한 인상이 순간적으로 달라진다. 물론 저녁에는 전기가 들어오고 물도 나오겠지만.
마우비시 호텔에서 머문 시간은 한 시간 반 남짓이다. 다른 곳보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는 시간이 더 많이 걸렸다. 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손님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곧바로 떠났는데 수아이 호텔에서 다시 만났다. 누구도 음식이 빨리 나오지 않는다고 재촉하지 않는다.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기다릴 뿐이다.
호텔 내부를 둘러봤으니 건물 밖으로 나간다. 음식을 기다리는 일 외에는 딱히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산꼭대기에 있는 호텔이니만큼 전망은 감탄사가 나올 만큼 아름답다. 먼 데 산들이 보이고 산아래 마을도 보인다. 산 아래는 더위가 한창인데 이 곳은 서늘한 기운이 감돌아 상쾌하기까지 하다. 더위를 피해 피서를 온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밤에 기온이 많이 내려가면 호텔의 벽난로에 장작을 지핀단다.
점심식사를 하는 동안 소나기가 시원스레 쏟아진다. 동티모르는 5월부터 10월까지 건기라서 비가 오지 않는다는데 가끔은 소나기가 쏟아지곤 했다. 딜리 시내를 둘러볼 때도 갑자기 쏟아진 소나기를 피하려고 근처의 식당을 찾아 들어간 적이 있었다. 지배인이 인도네시안이었는데 상당히 친절했다.
밀림 속에 자라는 커피 열매는 붉고 달작지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