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일요일은 좋다>의 한 코너인 '패밀리가 떴다'. 앞으론 즐겁게 TV를 보다, 중간광고 때문에 짜증이 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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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같은 주말. 좋아하는 TV프로그램인 KBS2 <해피선데이> '1박 2일'을 보고 있다. 프로그램이 시작한 지 한 15분 정도 지났을까? 한창 하던 게임을 멈추고 사회자 강호동이 '여러분 잠시 뒤에 뵙겠습니다'라며 포즈를 취하자 화면 이내 잡다한 광고로 바뀐다.
'에이… 막 재미있어지려고 했는데, 짜증나게….'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분노가 일었다. 리모컨을 든 손이 '케이블로 가자'고 몸부림을 쳤지만, '그래도 주말 이 시간대는 지상파 방송이지'라는 생각에 SBS <일요일이 좋다> '패밀리가 떴다'를 보기로 한다. 역시 채널을 바꾼 지 10분 정도 만에 광고로 넘어간다. 결국 짜증이 나서 영화나 보기로 했다.
그렇다. 지금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가상의 상황이 더 이상 상상에서 끝나지 않고 우리에게 닥쳐올지도 모른다.
10년 전, 한 남자의 일생을 하나의 TV프로그램으로 만든 <트루먼 쇼>라는 영화가 만들어졌다. 이 영화는 미디어에 희생당하는 사람들을 세밀하게 그려내 꽤 큰 반향을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는 영화를 통해 미국 방송엔 우리와는 다른 무언가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프로그램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중간에 내용을 툭툭 끊으면서 '커밍 순(COMING SOON)'이라는 자막과 함께 광고들이 뜨는 것 말이다.
난 영화를 보는 내내 그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집중하고 보고 있는데 마구잡이로 끊는 것을 제일 이해할 수 없었고, '광고도 좋지만 시청자들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건 아닌지'라는 불쾌감도 들었다. 이는 모두 방송사의 수익을 최대로 고려한 '중간 광고'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이다.
시청자들이여 긴장하라, 중간광고가 온다아직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형태인 프로그램 도중 광고를 넣는 '중간광고'가 이미 케이블을 넘어 어쩌면 지상파 프로그램 상에서도 곧 시행될지도 모른다고 한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지난 14일 지상파 중간광고 관련 공청회를 열었다. 제목 자체부터가 남달랐다. '지상파방송 중간광고 허용 범위 확대 방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라니. 아무런 합의도 없이 이미 지상파방송의 중간광고를 기정사실화한 채 '허용 범위 확대'에 관한 논의를 하려는 것이다.
실제로 1994년 방송위원회가 공보처에 중간광고 허용을 건의한 이래로 현재까지 중간광고 허용 합의를 위한 그 어떤 국민적 토론회도 찾아볼 수 없었다. 단지 방송위의 '광고규제완화 실무간담회' 등과 같은 국민을 제외한 이해관계자만이 알 수 있는 자리가 몇 번 있었을 뿐이다.
이날 찬성과 반대의견이 맞서 공청회는 아무런 합의점도 찾지 못한 채 끝났다. 어쩌면 내년부터 시청자들은 프로그램 도중에 광고를 봐야하는지도 모른다. 국민들의 의사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진행을 하는 것도 문제지만 지상파 중 민영과 공영 구분 없이 모조리 중간광고를 도입한다는 발상 또한 문제다.
시청자도, 국회도 반대하는 '중간광고'를 방통위는 도대체 왜 시행하려고 하는 것일까. 전파의 주인은 국민이다. 단지 전파 자원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실주인인 국민을 대신해서 정부가 방송사에 배분하는 것이다. 때문에 방송사들은 실주인인 국민들을 위해서 방송의 공익성과 공공성을 지켜야하는 의무가 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중간광고 시행은 실주인에게 허락도 맡지 않고 멋대로 공익성과 공공성을 무시하는 처사이며 시청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수신료 올리더라도 기업적 변질하는 것 막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