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왕과 비천상팔각형의 상대석에 양각된 부조 역시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뛰어난 작품이다.
홍광석
돌아갈 곳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다. 자기를 낮추고 중생들에게 위로와 사랑을 나누어주는 부처님의 제자는 적고, 돈으로 천국을 약속하는 사이비 종교인들이 더 많은 세상이다. 입으로는 사랑을 말하면서 세속의 이해에 따라 편을 가르는 종교인들도 많은 세상이다. 극락정토나 천당에 가는 것은 개인의 책임이라는 목자들이 많은 세상이다.
그뿐인가. 백성을 위해 자기를 던지는 정치인보다 백성의 고통은 안중에 없는 패거리들의 이익만 쫓는 정치인들이 무리를 이루어 앞자리를 다투는 세상이다. 땅 위의 정의보다는 자신의 재산을 지키겠다는 법관이 있다는 소문이 떠돌고, 비정규직으로 내몰린 노동자들의 피와 땀으로 제 배를 채우는 기업인들이 주름잡는 세상이라고 한다.
그런 세상을 보면서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입을 다문 채 숨만 쉬고 있는 사람들 속에 내 모습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남의 영혼을 위해 기원을 담은 집을 짓기란 쉬운 일이던가. 또 많은 사람들의 정성으로 이룩한 아름다운 집에서 영혼이 머물기를 바라기란 또 쉬운 일이던가.
그러나 나는 비록 그런 집에 들 수 없을지라도 자비롭고 정의로우며 깨끗한 영혼을 가진 그 누군가를 위해 아름다운 구름위의 집을 짓고 싶다. 언젠가는 가야할 길이 있음을 아는 인간, 욕심과 집착을 버린 인간들이 많다면 눈을 뜨고도 극락정토를 볼 수 있으련만……!
쌍봉사 해탈문은 지금 보수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