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돼지...행복한 맛이 담겨 있어요"

행복감으로 젖어들게 하는 삼겹살, 가브리살, 소시지...

등록 2008.11.23 16:48수정 2008.11.23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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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은농장의 친환경 시골돼지
초은농장의 친환경 시골돼지조찬현

도참(도토리속 참나무)이 전남 나주의 남평 뜰에 똬리를 틀었다. 친환경돼지를 고집하는 젊은 그들답게 시골의 전원 속에서 삶을 꾸려간다. 푸성귀가 가득한 남새밭, 주렁주렁 매달린 대봉감나무, 뒷산에 거대한 노송이 그들이 추구하는 삶을 말해주는 듯하다.


돼지고기 작업장 내부. 고기를 부위별로 잘라 진공포장과 박스작업 등 분야별로 착착 작업이 진행된다. 수작업을 하고 있는 삼겹살 생고기는 선홍빛이 곱다. 유별나게 고기를 두툼하게 썬다. 싱싱함이 살아있어 생고기에서도 식감이 느껴질 정도다. 전남 무안의 초은농장에서 무항생제로 키운 건강한 돼지고기다.

무항생제로 키워 건강하고 신선한 돼지

 전남 나주 남평에 자리한 '도참'의 돼지고기 작업장 내부
전남 나주 남평에 자리한 '도참'의 돼지고기 작업장 내부조찬현

주문받은 삼겹살을 썰고 있던 도참의 이종욱(29) 팀장은 도참의 돼지고기는 신선육으로 지방질이 적어 육질이 유별나다고 말한다. 

"도참의 친환경 돼지고기는 블로거들이 주문하면 그날 바로잡아 신선육이며 지방질이 적어 육질이 좋아요. 고기때깔 좋죠? 오늘 잡은 고기를 오늘 곧바로 배송합니다."

도참은 신선한 생고기를 고집하며 블로거들에게 맛을 그대로 전하기 위해 노력한다. 또한 고기를 썰 때도 육절기를 사용하지 않고 수작업을 한다. 취급하는 품목은 한국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삼겹살을 비롯하여 돈가스, 소시지, 갈비, 항정살 등 10여 가지다. 삼겹살 500g에 1만4천원이다. 2명이 너끈하게 먹을 수 있는 분량이다.


도톰하게 썰어놓은 삼겹살은 어찌나 선홍빛 색감이 고운지 먹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저걸 불판에 구워먹으면 얼마나 맛있을까?"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돈다.

 “도참의 친환경 돼지고기는 블로거들이 주문하면 그날 바로잡아 신선육이며 지방질이 적어 육질이 좋아요. 고기때깔 좋죠? "
“도참의 친환경 돼지고기는 블로거들이 주문하면 그날 바로잡아 신선육이며 지방질이 적어 육질이 좋아요. 고기때깔 좋죠? "조찬현

 가득하게 차려진 식탁에서 다른 음식에 잠깐 눈길을 돌리는 손길마저 허용하지 않은 ‘도참의 삼겹살.’
가득하게 차려진 식탁에서 다른 음식에 잠깐 눈길을 돌리는 손길마저 허용하지 않은 ‘도참의 삼겹살.’조찬현

사무실에서 블로거들이 주문한 내용을 살펴봤다. 돈가스, 소시지, 삼겹살…. 부위별로 다양하다. 친환경 시골돼지고기 맛에 반해 돼지고기와 인연을 맺었다는 그들. 난생 처음 생고기 맛을 보고 이거다 싶어 사업까지 이어온 그들의 시작은 아주 평범했다. 그러나 판매방식이 아주 독특하다. 블로그를 통해 블로거들의 입소문을 통해 알음알음으로 고기를 판다.


"돼지껍데기도 주문이 들어왔네."
"돼지껍데기도 판매하나요?"
"생고기라 껍데기 발라내기가 힘듭니다. 그래도, 꼭 필요하다고 하면 보내드려야죠."

그들은 사무실에 들어오면 무시로 사이트를 확인하고 매출 증대를 위해 다양한 토론을 곧장 벌이곤 한다. 토론 중에 우체국 택배가 찾아왔다. 갑자기 분주해진다.

친환경돼지 삼겹살 맛 좀 볼까요?

 고기가 살아있다.
고기가 살아있다.조찬현

고기가 살아있다. 불판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곱디고운 선홍빛 삼겹살, 노릇노릇 구워지는 고기의 표면에서 맛이 느껴진다. 참기름과 소금을 넣은 기름장에 찍어 한입 먹어보니 입안 가득한 풍요로움과 고소함이 너무 좋다. 그 맛에 홀딱 반해 글 쓰는 걸 잠시 깜빡했으니, 어련할까.

삼겹살은 비계층이 제법 있는데도 전혀 기름이 튀기지 않는다. 도톰한 삼겹살은 육질에서 독특한 풍미가 느껴진다. 가득하게 차려진 식탁에서 다른 음식에 잠깐 눈길을 돌리는 손길  마저 삼겹살이 허용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맛을 제대로 음미하기 위해 쌈을 하지 않고 먹어봐도 역시 마찬가지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소시지도 있다. 야채맛과 매운맛 두 종류다. 불판에 구워내니 상큼하고 신선하다. 매운맛 소시지는 매콤하고 깔끔하다. 맥주 안주로도 아주 그만이다. 전자레인지를 이용하는 것보다 직화구이가 좋을 듯하다.

사실 이런 맛까지 기대하지는 않았었는데, 정말 대단하다. 돼지고기에서 어떻게 이런 맛이 날까 궁금증을 풀기 위해 내친김에 무안의 '초은농장'을 찾아갔다.

친환경 시골돼지를 키우는 전남 무안의 '초은농장'

 친환경 시골돼지를 키우는 전남 무안의 ‘초은농장’
친환경 시골돼지를 키우는 전남 무안의 ‘초은농장’조찬현

돼지축사에 잔잔한 음악이 흐른다. 친환경으로 전기 사용마저 자제한다는 돈사는 악취가 전혀 없다. 먹이를 먹고 있는 돼지들은 생기가 넘쳐난다. 자연에 가장 가까운 시설과 환경 속에서 자란 돼지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자라서인지 밝고 건강하다. 

초은농장의 돼지는 일반돼지와는 확연이 다르다. 이곳에서 직접 생산한 돼지고기 맛을 봤다. 앞다리 살을 불판에 구웠다. 언뜻 보면 삼겹살과 흡사하다. 맛을 확인해보니 삼겹살의 그 맛과는 분명 다르다. 쫀득하게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앞다리 살은 수육이나 두루치기에 아주 그만이라고 한다.

이곳에서 난생 처음 돼지고기 가브리살을 맛보았다. 돼지 한 마리를 잡으면 400g 정도가 나온다는 가브리살은 워낙 귀해서 일반인들은 맛보기가 여간 힘들다고 한다. 농장주의 말에 의하면 아는 사람만 먹는다고 한다.

 앞다리 살의 맛을 확인해보니 삼겹살의 그 맛과는 분명 다르다. 쫀득하게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앞다리 살의 맛을 확인해보니 삼겹살의 그 맛과는 분명 다르다. 쫀득하게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조찬현

 “아참, 가브리살 맛이 어떠했느냐고요?” “음~ 고급스러운 맛... 거기에다 품격도 느껴져요. 너무너무 좋아요."
“아참, 가브리살 맛이 어떠했느냐고요?” “음~ 고급스러운 맛... 거기에다 품격도 느껴져요. 너무너무 좋아요."조찬현

"아참, 가브리살 맛이 어떠했느냐고요?"
"음~ 고급스러운 맛... 거기에다 품격도 느껴져요. 너무너무 좋아요. 돼지고기 부위라고 전혀 연상이 안 되는 그 어떤 신비로운 맛이 담겨 있어요."

아주 특별한 돼지고기의 맛을 경험했다. 친환경으로 키운 도참의 돼지고기는 역시 달랐던 것이다. 마음마저 행복감으로 젖어들게 했다. 어린 시절 고향집에서 먹어봤던 그 어떤 아련한 맛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삼겹살 # 친환경돼지 #도토리속 참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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