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에서 만난 물오리와 게.
이돈삼
순천의 동천과 이사천이 만나는 지점에서부터 순천만 갯벌까지 펼쳐진 갈대군락이 드넓다. 면적으로 보면 전국에서 가장 넓은 갈대밭이다. 드넓은 갯벌과 갈대밭이 해안선으로 둘러싸여 호수 같다. 크고 작은 섬이 주변의 산과 바다와 한데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관을 연출한다.
붉은빛을 띠는 칠면초 군락도 이국적이다. 갯벌에는 방게, 칠게, 농게, 밤게 등이 노닐고 있다. 그것들의 행동은 흡사 '갯벌은 살아있다'고 웅변하는 것처럼 보인다. 짱뚱어는 갯벌 위를 뛰어다닌다. 모두가 갯벌의 주인들이다.
천연기념물인 흑두루미도 날아들기 시작했다. 검은머리갈매기, 황새, 노랑부리백로, 큰고니도 월동을 준비하거나 서식하고 있다. 먹이를 찾아 종종거리며 갯벌 위를 순찰하고 있는 이름모를 작은 새들도 앙증맞다.
새들은 들판에 떨어진 낟알을 주로 먹는다. 게, 조개 같은 갯벌생물을 쪼아 먹기도 하고, 칠면초 뿌리를 먹기도 한다. 이것들은 어느 정도 요기를 하고 나면 갈대숲에서 휴식을 취한다. 시나브로 갈대가 서로 몸을 부대끼며 들려주는 화음을 자장가 삼아 잠을 청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