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조끼가 눈에 띈다.
이장연
청소부를 바라보다 초록불이 들어와 황급히 횡단보도를 건너서는, 썰매장 오르막을 오르며 쓸쓸한 겨울거리를 청소하는 그를 계속 눈으로 쫓아봤습니다. 그는 쉼없이 비질을 하며 도로 안쪽으로 몰린 낙엽들을 쓸어 담았습니다. 그러다 두툼한 파란 점퍼를 입은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한 사내아이가 그의 곁을 지나다, 길을 묻는지 말을 걸어 친근하게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그사이 서쪽 하늘을 주홍빛으로 물들이는 짧은 오후의 햇살이 눈앞에 반짝거렸습니다. 그 눈부신 햇빛은 카메라에 새어 들어왔고, 앞으로 나아가며 허리를 굽혔다 폈다를 반복하는 청소부의 뒷모습이 마치 후광처럼 빛났습니다. 마치 더럽고 무지몽매한 세상을 일깨우는 불보살의 몸 뒤로 내비치는 맑고 선한 빛줄기처럼 말입니다.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