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철 변호사가 지난 4월 23일 오후 서울 제기동성당에서 '삼성특검 수사결과와 삼성그룹 쇄신방안에 대한 사제단 평가'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잠시 생각을 하고 있다.
유성호
하지만 21일 신문지상에서 만난 조 특검보는 전혀 다른 인물이었다.
그가 공동대표로 있는 법무법인(하우림)이 삼성SDS의 법률 고문, 삼성화재의 교통사고 보험금 소송 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렉스)과 합병을 했단다. 합병 추진 시점도 지난 5월 초 특검수사가 끝나 1심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이다.
조 특검보는 이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한 변협에 공문을 보내 물어보니 특검과 상대 법무법인이 맡는 사건과는 쟁점이 다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합병을 추진했다"며 "협회로부터 확인을 받았고 윤리적으로도 잘못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윤리적으로 잘못한 것이 없다니, 새삼 이 사람이 지난 10개월 남짓 전 "새로 태어났다"며 "지켜봐달라, 무조건 결과를 내면 될 것 아닌가"고 공언했던 사람과 동일인물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삼성SDS가 어떤 곳이던가.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발행 의혹은 삼성가의 불법경영권승계 의혹과 직결돼 있었다. 특검은 이 사건과 관련해 이건희 전 삼성 회장, 이학수 전략기획실 부회장, 김인주 전 전략기획실 사장 등을 기소했다.
삼성화재는 어떤가? 삼성화재가 고객에게 지급하지 않은 보험금을 비자금으로 조성했다고 의혹을 받은 곳이다. 당시 삼성화재는 특검의 압수수색 당시 문서파쇄기로 문서를 파기하는 등 증거인멸까지 해 특검팀의 격분을 샀던 곳이다.
사건의 쟁점이 다르면 자신이 기소했던 회사라도 상관없나? 이 점은 조 특검 스스로가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그는 굳이 대한변협에 공문을 보내 '빠져나갈 구멍'까지 마련해놓고 윤리적으로도 잘못되지 않았다고 항변한 것이다.
그 때 영원히 삼성사건 못 맡는다고 한 건 엄살이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