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미산 산책로
유혜준
인천 월미도, 하면 가장 먼저 기차가 떠오릅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그곳으로 기차를 타고 소풍을 갔기 때문이지요. 월미도에서 본 것들은 대부분 다 잊었는데 기차를 아주 오랫동안 타고 갔던 것만은 또렷하게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그 때만 해도 소풍을 가던 장소는 관악산 아니면 능이었습니다. 그런데 학교에서 무슨 바람이 불었던지 소풍 가는 장소를 월미도로 잡았습니다. 그것도 기차를 타고.
덕분에 덜컹거리면서 달리는 기차를 탔던 기억은 세월이 아주 많이 흐른 지금도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지난 15일, 동인천역에서 월미산까지 걸었습니다. 이날,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렸지요. 월미산은 이름은 산이지만 등산을 한다고 가면 실망하실 것입니다. 등산로는 없고 잘 만들어진 산책로만 있답니다. 길이도 그다지 길지 않아 가벼운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길입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이 길이 흙길이 아니라 아스팔트로 포장되었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저물어 가는 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겨 걷는 내내 참으로 기분이 좋았습니다.
월미산은 월미도의 한가운데 있는 산으로 군사지역으로 민간인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가 지난 2001년부터 일반인 출입이 허용되었다고 합니다. 이번 도보여행은 걷기모임 '아름다운 도보여행' 회원들과 함께 했습니다.
자, 그러면 도보여행 출발합니다. 출발지는 동인천역입니다. 동인천역에서 맥아더 장군 동상이 있는 자유공원까지 걷는데 걸리는 시간은 삼십 분 남짓입니다. 지금 이곳은 도로공사가 한창이긴 하지만 걷는데 지장은 없습니다.
자유공원 안에 맥아더 장군동상이 세워진 것은 1957년입니다. 장군의 동상은 50년이 넘도록 한 자리에 변함없이 서 있지만 그동안 우리나라는 변화에 변화를 거듭했지요. 맥아더 장군 동상을 보니 한동안 불거졌던 동상 철거논란이 떠오릅니다. 공원 안에 자유공원을 맥아로 공원으로 명칭을 바꾸자는 내용을 담은 현수막이 있습니다.
자유공원에는 맥아더 동상 외에도 한미수교 100주년을 기념하는 탑도 있습니다. 이 탑이 세워진 것은 지난 1982년. 강물처럼 소리 없이 빠르게 흐르는 것이 세월이라는 생각을 새삼스럽게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