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가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엄마들에게 여기서만큼은 대접 받고 가길 바라는 마음에 준비한 꽃방석. 감동이었다.
최은경
"조선일보에서 나를 한국대표 베타맘이라 표했고, SBS스페셜 역시 대한민국 베타맘의 지도자로 나를 꼽았습니다. 그러나 나는 알파도 베타도 아닌 감마라고 생각합니다. 언제나 아이가 웃고 있나를 살폈는데 남들이 목표로 삼던 것을 이 교육제도에서 다 누렸죠. 그 이야기가 다 책에 있어요. 내 인터뷰 조건은 내 책 1-2권을 읽고 블로그 내용도 좀 살핀 다음에야 가능합니다."
인터뷰 취지에는 선뜻 공감을 표하진 않았지만, 어쨌거나 만남은 성사됐다. 아마도 젖먹이 애까지 업고 간다는 내 말에 과거 그의 모습이 겹쳐져 그랬으리라. 지난 7일 오전 10시 반, '엄마학교'에서 만난 서형숙씨는 두툼한 꽃방석을 내밀었다.
엉덩이로 깔고 앉기가 너무 미안하다싶을 만큼 예쁘다. 어디 가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엄마들에게 여기서만큼은 대접 받고 가길 바라는 마음에 준비한 꽃방석이란다. 순간, 핑 도는 눈물이라니. 울먹울먹 첫 질문을 이어갔다.
주부는 세상을 살릴 수 있는 사람 - 엄마학교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1996년부터 자녀 교육 특강을 했어요.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어떻게 이렇게 맑고 밝게 키우셨냐"며 다른 엄마들에게 자녀교육 이야기를 해 달라고 해서 시작했어요. 사실 아이가 두 돌이 지나면서부터 아이를 안고 업고 다니면서 한살림 활동을 했거든요. 그렇게 몇 년을 아이들과 함께 갖은 행사 다 쫓아다녀 그런지, 그때 초등학교 고학년일 뿐인 아이들이 대학생 스태프처럼 일하더라구요. 그걸 주변에서 보고, 두 아이를 어떻게 길렀는지 궁금하다면서 강의를 요청했던 게 계기라면 계기예요."
- 저도 육아를 하면서 학업을 중단했는데, 선생님도 그러셨더군요. 후회는 없었나요?"우리 부부는 대학원 3학기 때 결혼을 했는데, 그러면서 내 것은 다 접었고, 누군가 잠시 희생을 해야 한다면 제가 그러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어요. 아이를 기르는 것은 때가 있는데, 내 할 일 하느라 좀 기다려 달라고 부탁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물론 내 것을 포기하면서 마음이 아플 때도 많았지요. 아이들이 어렸을 때보다는 훗날 나와 비슷한 주변 사람들이 나보다 더 좋은 상황이 됐을 때, 속도 많이 상했어요. 한살림에서 활동하면서 주부들을 상대로 환경을 지키기 위해 제대로 설거지 하는 법 같은 걸 가르쳤던 적 있었어요.
근데 그걸 하고나면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닌데도, 학교 마치고 박사 학위 따고 그러는 사람들과 비교하면 부끄럽고 창피해서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나기도 했어요. 그걸 뛰어넘을 수 있었던 건 주부는 권력이나 돈에 상관없이 세상을 살리는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에요."
"원하는 대학에 가지 않았어도 행복했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