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통합' 정신과 진보진영의 '분열'

[칼럼] 진보개혁 진영은 시대의 물음에 답해야

등록 2008.11.17 20:27수정 2008.11.17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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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를 대통령으로 뽑았던 것은 창피스럽다. 전쟁이나 일으키고 온 세상을 끔찍하게 만들었다."

 

방송에 나온 한 백인 여성의 발언이다.

 

그런 수치감과 억눌렸던 분노로 정치적 반발이 활화산처럼 폭발했다. 11월 4일 미국민은 흑인 정치인 버락 오바마를 자신들의 대통령으로 선출한 것이다. 역사적 우연성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이변이었다. 마틴 루터킹이 노벨상 수상 연설을 통해 주장한 것처럼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자유의 폭발"이다.

 

일천한 경력의 소수자이며 노예의 후손인 기름기 없는 이 흑인 지도자의 탄생에 미국은 물론 세계가 경탄하고 있다. 그의 정치철학과 정책에 대한 견해는 유세 기간을 통해서 또는 대통령직 수행과정에서 상세히 드러나는 것이지만, 그것을 능가하는 총체적 메시지는 무엇보다도 사람과 세상의 통합 의지일 것이다.

 

강자와 약자가 서로를 존중하는 사회, 정치인들이 편협한 당파싸움을 벗어나고, 역사의 전진을 가로막는 분단을 통합하겠다는 확고한 의지에 미국민과 세계는 지지를 보내고 있다. 그것은 미국의 국내문제를 넘어서는 국제적 불평등과 분쟁의 종식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하는 세계의 갈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미국의 새로운 대통령이 국내의 계급적 갈등과 국제적 갈등의 완벽한 해결사가 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오바마가 말하는 통합보다는 통합에 기대를 거는 미국 민중들의 정치적 갈망에 관심이 깊다. 그리고 촛불정국 이후 대한민국의 정치적 상황이 교차돼 하나의 상념이 생겨난다.

 

사실 하나의 국가가 온전한 통합을 하는 경우는 전쟁이나 그에 준하는 위기상황일 것이다. 전 세계가 그런 형국에 들어섰으며, 미국민은 그런 상황에 이르러 과감히 흑인대통령을 탄생시킴으로써 자신들의 통합 의지를 관철시켰다. 이것은 그들에게는 희망이 남아있음을 뜻한다.

 

그러나 우리는 어떠한가? 추락하는 신자유주의의 끝 칸에 매달려 미국이 스스로 인정한 실책의 늪으로 한발씩 더 깊이 빠져 들어가고 있을 뿐이다.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은 이 길이 맞다고 우기고, 제1야당인 민주당은 10년 권력에 늙다리 정치인들로 전락해 허풍만 난무하고, 진보정당들은 분당 후 스스로의 역량을 소진시키고 있으니, 대한민국 민중들은 그저 절망의 늪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특히 민중계급의 진정한 벗임을 자임하는 진보정당의 분열과 이후의 무력한 정치행보에 대해서는 안타까움과 실망감이 깊어진다. 오랜 기간 자신의 생애를 걸고 민중들을 위해 투신해왔던 운동가들, 민주노동당을 통해 대중과 만나고 그들의 뛰어난 정치적 자질을 보여줬던 유능한 정치인들이 분당이후 대중 앞에서 구름처럼 사라져버린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이 '분열'이라는 이름을 말하지 않고 설명될 수 있을까?

 

베트남 민족해방운동의 아버지라 불리는 호치민은 "하나됨은 당과 민족의 지극히 고귀한 전통이다"라고 1965년 작성된 유서에 적어 넣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수니파와 시아파의 갈등을 이용해 아랍민족의 단결을 지속적으로 방해하고 서로를 살육하게 만들었다. 마틴 루터킹과 정적이었던 말콤엑스가 상호 이해와 화합이 가능할 상황에서 모두 암살된 이후 흑인들의 정치적 희망이 슬럼가에서 마약으로 찌들어갔다.

 

분열은 역사적으로 가장 잔인하고 비열한 정치적 기회주의인 것이다. 두 흑인지도자의 죽음이후 오바마가 탄생하기까지 40년의 세월은 미국사회의 분열과 통합에 이르는 흑인 민중들의 고통의 시간이었다.

 

그런 역사를 마주하며 나는 오늘 꿈을 꾼다. 진보적 정치세력이 통합의 주체가 되어 민중들의 통합을 이루어내고 대한민국의 통합을 이루어내는 날이 오기를.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11.17 20:27ⓒ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오바마 #미국대선 #통합 #진보대연합 #부평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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