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투나잇> 생방송 10여분 전, KBS 신관 지하 1층 부조정실에서 PD와 작가들이 방송 준비에 여념이 없다.
오마이뉴스 전관석
"정치적인 개편, 마음이 아프다"이날 방송이 없는 일부 <시투> PD들은 부조정실 한 켠에 서서 동료들의 방송 준비를 지켜보고 있다. 어젯밤에 본인의 <시투> 마지막 방송을 했던 김정희 PD에게 조심스럽게 소회를 물었다.
"마음이 아프죠. 정상적인 개편이 아니라 정치적인 개편이었잖아요. 보셨다시피 원고 만들고 편집하고 매일 밤 이렇게 전쟁이거든요. 초긴장 상태로 하루하루를 보내죠. 그래도 스태프들이 소신과 상식을 바탕으로 만든 프로그램인데 외부 논란에 의해 폐지되고... 오늘이 마지막 방송이니... 마음이 참...."부조정실이 시끌해졌다. 생방송 시각이 임박한 것이다. 밤 12시 15분 송재헌 CP가 "3(번 카메라) 스탠바이" 라며 카메라 대기 순서를 외치고 'Q'사인을 넣는다.
<시사투나잇> 타이틀과 함께 특유의 '타잔 로고송'이 흐른다. 오늘도 광고가 7개나 붙었다. 984번째 방송이자 마지막 방송이 시작됐다. TV 13 부조정실에 모여 있던 선배 PD들은 타이틀 배경을 보며 "아, 저거 내가 만들었는데..." "저건 내가 넣었잖아"라면서 한마디씩 한다. <시사투나잇>을 거쳐간 PD들은 줄잡아 70여 명, 대부분의 PD들이 '<시투>'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헌법재판소 종부세 위헌 결정 소식이 끝나고 '<시사투나잇> 5년의 이야기'라는 제목의 영상이 랩과 함께 흐른다. 2003년부터 <시사투나잇>이 다뤄왔던 주제들이 지나간다. 맨 마지막 구절이 인상적이다.
"아직 못한 말들이 남아 있는데... 아직 못한 말들이 남아 있는데..."코너가 끝나자 13 부조정실에 있던 PD들이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지난 5년 걸어온 길에 대한 자축이면서 후배들에 대한 격려다.
강희중 앵커는 방송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시사투나잇>은 소외된 이웃을 취재했고 자본과 정치 권력을 비판해 왔습니다. 누군가는 얘기했어야 할 주제입니다. 공영방송 시사프로그램의 가치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요?"밤 12시 54분, 준비된 방송이 모두 끝나고 송 CP가 마지막 엔딩 사인을 넣었다. 스태프들의 제작현장을 찍은 화면에 12명 PD들 이름이 함께 흘렀다. 배경음악은 'November Rain'
'송재헌 강희중 정병권 김정희 최필곤 이지운 이지희 우현경 김명숙 조영중 김범수 안상미'이 화면까지 모두 끝나자 '<생방송 시사투나잇> 끝'이라는 엔딩 타이틀이 떴다. 평소 같았으면 '다음주 월요일밤 12시 15분에...'라고 떴어야 했다. <시사투나잇>은 이렇게 허망하게 막을 내렸다.
"다음주 월요일밤..." 자막은 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