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핀 곳에 표찰을 붙인 모습관람객들의 편의를 위해 우담바라에 번호를 매겨 표찰을 붙였다. 그런데 복을 혼자 갖고 싶은 할머니들이 우담바라가 붙은 솔잎을 떼어가는 바람에 지금은 우담바라갯수가 많이 줄었다고 한다. 할머니들, 제발 가져가지 마세요!
한성수
그런데 골목길 모퉁이에 차가 한대 서 있습니다. 앞쪽에도 차가 빼곡히 주차해 있어서 그런지 꽁무니가 삐죽 길가운데를 향하고 있습니다. 한무리의 아이들이 느리게 진행하는 내 차옆을 급히 지나갑니다. 나는 할 수 없이 주차한 차 쪽으로 핸들을 틀었습니다. 그런데 그만 살짝 부딪히고 말았습니다.
10미터 앞쪽에 겨우 차를 세우고 다시 긁힌 차량 쪽으로 걸어갑니다. 언뜻 보기에는 그리 심하게 긁힌 편은 아닌듯 합니다. 차 앞켠에서 전화번호를 찾았으나 찾지 못하고, 나는 할 수 없이 쪽지에 연락처를 적어놓고 다시 차를 타고 딸아이의 학교로 향합니다.
아침 여덟시! 출근시간이 가까워서 나는 아내에게 전화를 합니다. 사고처리는 아내에게 맡겨야할까 봅니다. 나는 아내와 다시 현장을 찾아서 찬찬히 차를 살펴봅니다. 연락처가 있습니다. 전화번호가 적힌 쿠션을 꺼꾸로 놓아서 아까는 발견하지 못한 모양입니다. 아내도 차량의 피해상태를 확인합니다. 그동안에 나는 차주인에게 전화를 합니다. 그 차주인이 바로 님이셨지요.
"여보세요?" "차 금방 빼 드릴게요!" 급한 여자의 음성이 전화기 너머로 들려옵니다.
"아니, 그게 아니고, 제가 선생님의 차를 긁었어요." "네, 지금 내려갈게요!" 전화를 하는 동안 옆에서 우리가 하는 모양을 지켜보던 할머니가 참견을 하고 나섭니다.
"차를 뭐 이리 세워놨노. 마이 긁힌 것도 아니고 새차도 아인데, 그냥 가모 되지 뭐할라꼬 전화는 하능기요." "그래도..." 내가 대답이 궁해서 머뭇거리는데, 아내가 또 나섭니다.
"별로 많이 긁힌 것 같지는 않네예. 그냥 살짝 페인트가 묻은 것 같은데, 싹싹 닦으면 지워질 것 같은데..." "아저씨가 참 양심적이다." 할머니는 혀를 끌끌 차며 자리를 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