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희 교수.
유성호
그는 "사이버모욕죄로 국가와 국민을 통제할 수 있다고 오판하는 것은 그 자체로 권력만능주의적 발상"이라며 "권력이 흘러가는 도관인 법을 과거 권위주의 시절 '주먹의 대행기구'로 활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장윤석·나경원 의원이 사이버 모욕죄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그는 "대한민국 권력층의 천박함이 딱할 정도"라며 "법을 전공한 법조엘리트들이 자신의 권력을 수호하기 위해 법의 가치를 정면 무시하는 모습을 볼 때는 비애감을 느낄 정도"라고 씁쓸해했다.
그는 "한나라당은 2002년 대선 때부터 온라인 공간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었다"며 "지난 10년간 인터넷으로 피해 봤다는 일종의 피해의식을 바탕으로 이제 정권을 잡았으니 손 좀 보겠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국사회의 헤게모니를 잡겠다는 정치적 목적으로 언론과 방송 장악에 이어 인터넷 장악까지 나서는 것 아니겠냐는 한 교수는 "인터넷만 잡으면 국민의 눈과 귀를 왜곡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라는 생각이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같은 생각을 가진 한나라당은 타락한 형태의 신자유주의 아니고 무엇이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오마이뉴스>는 13일 오전 서울 건국대 법대 연구실에서 한 교수를 만났으며,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정부와 한나라당은 최진실 사망 이후 사이버모욕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사이버공간은 거짓말과 욕설·저질이 난무하는 세계다', 이 말을 하고 싶은 것 같다. '따라서 국민들은 절대로 사이버공간에서 나오는 얘기를 믿지 말라' 주장하는 선전전 아닌가 싶다. 결국 한나라당과 정부는 시민단체가 민주화운동 20년간 쌓아놓은 공공영역을 없애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오프라인 광장에 해당하는 서울광장은 촛불집회를 박살내면서 폐쇄했다. 온라인 광장도 사이버모욕죄로 없애버리겠다는 기도 아니겠나."
- 사이버모욕죄뿐만 아니라 인터넷실명제·인터넷감청 등 이른바 'MB표 사이버악법 3종 세트'가 나왔다. 이 법으로 정부가 사이버공간을 통제할 수 있다고 보나."권력만능주의적 발상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법치를 강조한다. 법치는 임금도 어쩌지 못하는 근본적 가치규범을 말한다. 모든 국가구성원들은 이 법치에 복종하고 실천하라는 뜻이 담긴 거다. 이게 바로 헌법정신이기도 하다. 그런데 현 정권이나 지난 정권에서 '이상한 법률주의'가 판치면서 자기들이 만들면 모든 법은 집행돼야 한다는 사고에 사로잡혀 있다. 행정권력에 입법권력까지 쥐면 뭐든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의 표현인가? 헌법 내용까지도 바꿀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사는 것 같다."
- 권력이 '법 만능주의'에 빠지는 이유가 뭘까. "법은 권력이 흘러가는 도관이다. 과거 권위주의 체제에서는 주먹을 직접 행사해도 항의하는 세력이 없었다. 그런데 산업화 이후 이게 힘들어졌다. 민주화 바람 탓이라고 보는 거다. 그래서 법을 폭력 대신 사용하려는 경향이 있다."
"사이버모욕죄를 반의사불벌로 다스리겠다는 정치적 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