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은 지난 11월 4일 실시된 제 44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대선에서 역사상 최초로 흑인 대통령을 선출하였다. 전통적인 공화당 우세지역의 여론 조사 결과에서도 대다수가 미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음이 드러났듯이, 유권자들은 오바마가 내세운 변화(change)와 개혁(reform)을 선택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오바마의 승리는 이라크 전쟁 등 부시정권의 외교안보정책에 대한 미국 유권자들의 불만에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촉발된 미국경제의 침체 조짐으로 인한 부시정권의 경제정책에 대한 불신과 이에 따른 세계적 경제위기를 극복하는데 있어 오바마가 적격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었다는 측면이 이번 대선 승리에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경제적인 관점에서 이번 미국 대선을 평가해 보았을 때 향후 미국 신정부의 경제통상정책은 한미FTA 비준 문제를 비롯하여 한미 양국간의 경제통상정책 등을 고려할 때 양국의 통상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오바마가 대선전 유세에서 한미FTA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대표적인 불공정 협정이라고 지적했던 점을 상기해 보았을 때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적절한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Ⅰ. 미국 신정부의 경제통상정책오바마는 경제정책 관련 대선공약으로 조세정책과 공정무역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꼽고 있다. 특히 통상정책과 관련하여 미국 노동자의 고용 증대를 위해 외국시장 개방, 올바른(good) 노동 및 환경정책 확산을 위한 무역협정 추진을 표명함으로써 보호무역주의 경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즉, 자유무역을 통한 경제성장, 생산성 향상 등의 지속적인 추진과 더불어 일자리 상실 및 소득 양극화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역점을 두는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며, 무역협정은 이를 위한 중요한 정책수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선 언급한 바와 같이 미국 신정부 통상정책의 기본 목적은 공정한 대외 교역을 통해 강한 미국 경제 재건과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며, 미국 경제를 위협하는 협정(agreements)에는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점이다. 이를 위한 세부적인 정책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 주요정책
(1) 공정무역 정책 추진o 대외 시장 개방을 통한 미국 내 일자리 창출o 무역협정을 통한 건전한 노동 및 환경 기준의 세계적 전파o WTO를 통한 불공정한 정부 보조 및 비관세장벽 철폐(2)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o 미국 노동자의 고용과 부를 창출할 수 있도록 NAFTA 재협상 추진(3) 무역조정지원제도의 확대o 급속한 경제 환경 변화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행 무역조정지원제도(Trade Adjustment Assistance)를 서비스 분야까지 확대하여 모든 노동 인력에게 적용(4) 세계화가 미국 노동자의 고용 및 임금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 해소o 세계화 및 개방 경제정책이 미국 소비자에게 가져다 준 이익과 미국 경제의 성장, 생산성 향상 등에 기여한 것은 인정하지만 고용 및 임금 등 노동환경에 부정적 영향- 해외 이전 기업에 대한 세금 감면 혜택 철폐- 2007년 제출한 'Patriot Employer Act'에 따른 미국 내 노동 환경 개선 기업에 세금 혜택상기 내용을 분석해 보았을 때, 미국 신정부의 경제통상정책은 자국 내 노동 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만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방법으로 기존에 체결된 각종 대외 통상협정을 수정 또는 보완하고, 향후의 미국의 대외 통상정책도 자국 내 노동환경 개선을 목표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피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에 체결된 무역 협정 및 대외 통상정책으로 인해 피해를 본 산업, 노동자 단체 그리고 각종 이익단체에서 미국 행정부를 향한 시정압력이 증가할 것으로 보여 결과적으로 신정부의 대외 통상정책은 이러한 압력을 반영하여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Ⅱ. 미국 신정부의 경제통상정책이 동아시아에 끼치는 영향이번 대선으로 인해 미국의 민주당이 의회와 정부를 장악한 '일체된 정부(united government)'가 탄생하게 되어, 신정부의 경제통상정책 의제(agenda) 추진이 의회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일관되게 추진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향후 신행정부와 의회 사이에서 경제통상정책의 틀이 완성되면 향후 동아시아에 대한 통상정책에도 상당한 정책적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 중국, 일본 등은 미국에 대한 무역 흑자국으로 그동안에도 많은 시장 개방 압력을 받아왔지만, 신정부의 통상정책이 적용되면 시장개방 압력 증대, 무역 협정 등에 있어 노동 및 환경 조치 강화, 외국의 통상협정 이행 강화, 미국의 무역구제 조치 강화, 의회를 수반한 보호무역 성향 강화 등이 뒤따를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결과적으로 미국과 무역관련 분쟁이 증대될 것으로 예상될 수 있으며, 이에 따른 사전적 예방 등의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미국의 신통상정책이 궁극적으로 미국 노동자를 위한다는 목적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미국의 취약 산업 보호라는 측면에서 동아시아 국가들에는 더욱 강력한 압력이 행사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취약 산업 부문의 기업으로부터는 반덤핑, 상계관세 등의 제소도 늘어날 수 있고, 피해 산업 및 각종 이익 단체들의 미 행정부에 대한 압력도 증가해 결과적으로 대외 통상정책에 고스란히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중국은 대미 무역에서 막대한 흑자를 기록해왔고, 미국은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요구했다. 그러한 중국의 제조업과, 위안화 평가절상 및 농산물 시장 개방 압력이 더 커지고 이미 FTA 차원에서 논의되었던 한국의 자동차 시장 개방 문제 등에서 전 방위적인 압력이 행사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국내 기업의 대미 수출 증가에 직접적인 장애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이고, 중국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에도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다.
한국으로서는 이미 체결된 한미FTA 재협상 문제가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는 한미FTA를 '아주 결함 있는(badly flawed)' 협정으로 공공연히 비난해왔다. 특히 자동차 분야의 무역 역조에 대해서 경선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다.
오바마는 수십만 대의 차량을 미국으로 수출하는 한국과 4~5천대를 한국으로 수출하는 미국이 체결한 협정은 자유무역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미국 산업과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