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히 햇볕을 가리고 있는 여성과 아이.
진주
나의 운명은 달리트 공동체 전체의 운명 죽음의 화살은 단지 코히야에게로만 향하지 않습니다. 한 명의 달리트에게 협박과 폭력이 행사될 때, 이는 전체 달리트 공동체들에 대한 경고와 협박을 의미합니다. 어느 나라든지 군사독재 하에서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은 안전을 보장받지 못합니다. 하지만 달리트들 삶의 불안전성은 국가체제가 독재이든 민주주의든 혹은 식민상태이든 상관없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코히야와 그의 가족에 대한 협박은 같은 공동체 내 다른 달리트들에게도 두려움을 주었고 이들은 함께 마을을 떠났습니다. 코히야의 목숨은 언제 빼앗길지 몰랐고, 재수없으면 다른 누군가가 죽을지도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들과 할아버지들도 모두 그 운명 속에서 살다가 갔다는 걸 모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갈 곳 없는 이들은 지역자치정부 청사 앞에 천막을 치고 간절한 마음으로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자치정부와 지역경찰 당국은 이들을 보호해 주겠다는 약속을 하며 마을로 돌려보냈습니다. 딱 2주 동안 두 명의 경찰이 코히야네 집 근처를 순찰했습니다. 그러나 별 문제 없다고 판단한 경찰들이 순찰을 끝내고 마을을 떠난 그 순간, 코히야는 농기구로 온몸이 찍혀 사망했습니다.
천막에서 출산하는 여성들, 학교도 못다니는 아이들코히야가 죽은 뒤, 달리트들은 다시 지역자치정부 청사 앞에서 살기 시작했습니다. 그대로 살다가는 다른 누군가가 또 살해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입니다. 경찰에도 신고했지만 경찰은 9명의 공동살해혐의자 가운데 3명만 체포했습니다. 그 이상의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습니다.
지역자치정부 청사는 마을에서 버스를 타고 몇 시간이 걸리는 상당히 먼 거리입니다. 집도 일도 포기하고, 아이들은 마을 내 학교를 뒤로 하고, 몇몇 임신한 여성들은 출산에 대한 위험도 감수한 채 마을을 떠났습니다.
바나스칸타 지역자치정부가 한 최소한의 노력은 이 달리트들에게 토지를 제공해 달라고 주정부 관할 부서에 요청 서한을 보낸 것뿐이었습니다. 그나마 이 작은 노력도 자치정부 장관이 달리트 출신이기 때문이라는 게 달리트 인권활동가의 설명이었습니다. 달리트 출신이 아니라면 아무 것도 하지 않았을 거라는 이야기입니다. 요청 서한을 보낸 뒤 세 달이 지났지만 하염없이 기다리고만 있는 자치정부.
서한이 주정부의 어디에서 처리되고 누가 담당하고 있는지조차 모르고 확인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도, 인권활동가들은 달리트 출신의 정부관료가 직면하고 있는 관료사회 내에서의 차별과 어려움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달리트 출신이라지만 정부관료로서 당신 지역 주민을 위해 요구해야 할 것을 더 분명히 말해야 한다고 외쳐야 할지, 힘들더라고 좀더 노력해달라고 격려를 해야 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