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차장의 답변은 이렇다.
하지만 농협RPC별 경영여건이 쌀 수매가격에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결정적 기준은 아니다. 또 경영여건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이미 각 단위농협별로 공개하고 있는 수매가를 농협지역본부가 나서 비공개할 이유가 없다.
기자는 30여 분이 넘게 실랑이를 하다 농협중앙회대전충남본부를 빈손으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다음 날 기자는 충남도 농산과 양정계 관계자로부터 충남 RPC별 벼 매입 가격결정 현황 자료를 구할 수 있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충남 농협미곡종합처리장별 자체수매 평균매입가격은 다수 재배품종을 기준으로 공주 4만5000원, 당진 5만 원 등으로 한 가마당(40㎏ 기준) 최고 5000원 차이가 났다. 산지쌀값과 비교할 때 낮은 가격으로 수매한 해당 미곡종합처리장이 큰 이득을 본 셈이다. 올해의 경우 충남 공주의 벼 매입가격이 15.6%(7000원) 오르는 등 전반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농협 자재양곡팀의 이 차장의 설명대로라면 충남도가 RPC별 수매가를 파악한 것은 의미가 없는 헛수고를 한 것이다. 또 공개해서는 안 될 시군 RPC의 경영 상태를 공개한 것이 된다.
충남도 농산과 양정계 관계자는 "시군 RPC별 벼 매입 가격 공개는 산지 쌀값동향 등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각 시·군청을 통해 RPC별 벼 수매가를 파악하는 것은 주요 업무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해당 통계는 각 시군 RPC에서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는 농협 RPC를 기준으로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충남의 한 농민은 "농협중앙회대전충남본부가 시군 RPC별 벼 매입 가격 공개를 꺼리는 것은 시군별 가격비교로 인해 단위농협에 미칠 영향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농협이 농민들의 권익옹호보다 조직보호를 위해 앞장서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농협이 시군 RPC별 벼 수매가 파악을 하지 않았다면 이는 직무유기에 다름아니다. 또 벼 수매가를 파악하고도 이런저런 이유로 공개를 꺼린 것이라면 조직보호를 위해 농민 권익을 무시하고 있는 셈이다.
산지 쌀값의 바로미터가 되는 충남 농협미곡종합처리장(RPC)의 지난 해 벼 자체 매입가격이 시·군별로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도에 따르면 지난해 시군 농협 미곡종합처리장별 자체 일반벼 수매 평균매입가격은 '주남' '추정' '동진1호' 등 충남지역에서 주로 재배하는 품종을 기준으로 공주 4만5000원, 예산 4만8000원, 당진 5만 원 등으로 한 가마당(40㎏ 기준) 최고 5000원의 차이가 났다. 청양과 홍성도 가마당 각각 4만7000원과 4만8000원에 매입했다.
이는 충남도내 지난 해 공공비축미 1등품 정산가격(가마당 5만2030원)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올해 산지 쌀값은 재고가 충분치 않은 데다 밀가루 값 상승 여파로 80㎏ 한 가마당 16만원대를 넘어서는 등 가파르게 상승했다. 따라서 미곡종합처리장의 자체 매입가격이 낮은 시군 농민들의 경우 큰 손해를 본 반면 해당 미곡종합처리장은 큰 이득을 보게 된 것. 또 농협미곡종합처리장의 벼 수매가는 일반 미곡처리장과 쌀 수집상 등의 매입가에 곧바로 반영돼 사실상 산지 쌀값의 바로미터로 쓰이고 있다.
농협 미곡종합처리장은 이 같은 점을 의식한 듯 올해 자체 벼 매입가격을 일제히 올려 시군 간 격차조정에 나섰다. 지난해 가장 낮은 가격을 형성했던 충남 공주의 경우 가마당 벼 매입가격이 15.6%(7000원) 오른 5만2000원으로 조정됐다. 청양과 홍성의 경우도 5만2000원으로 각각 10.6%, 6.1% 인상됐다. 올해 충남 시군 미곡처리장별 자체수매 매입가격은 최저 5만1500원(금산)에서 최고 5만4000원(천안) 대를 형성하고 있다. 계약재배의 경우에는 최저 5만2000원(논산)에서 최고 5만6500원(부여)으로 매입가가 결정됐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는 지난해 시군 간 큰 가격차에 대한 때늦은 수습용으로 비춰져 논란이 예상된다.
한 농협 미곡종합처리장 관계자는 "미곡종합처리장별로 쌀 품질과 재정 여건이 달라 매입가격에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올해의 경우 경영사정에도 불구하고 생산비가 상승해 벼 값을 인상해야 한다는 조합원들의 의견이 많아 인상폭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농 충남도연맹 관계자는 "같은 들녘에서 나온 벼가 RPC별로 가마당 5000원 이상 가격 차이가 발생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RPC별로 경영상태 등 수매가를 책정의 근거자료를 모두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도내에는 40개의 RPC(농협 27개, 민간 13개)가 운영되고 있으며 이중 농협 RPC가 수매량과 재정 규모 등 여러 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올해의 경우 전국 평균 산지 쌀값이 크게 오르고 원료곡(벼)이 바닥을 드러내자 미곡종합처리장(RPC)과 정미소 등이 경쟁적으로 벼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전국 대부분의 미곡종합처리장이 자체 매입가를 지난해보다 10%가량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도내 지난 해 공공비축미 1등급 정산가격은 가마당 5만2030원이다.
농협과 대한곡물협회 등이 지난 10월 말 현재 전국 274곳의 RPC가운데 215곳의 자체 평균매입가는 5만3922원으로 이는 공공비축용 벼의 우선지급금 4만9020원(1등급 기준)보다 4902원(10%) 높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