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영어 시간선생님이 만든 교재로 공부하다보니 실력이 쑥쑥
문현정
학교는 유치원생 포함 총 60여명의 학생과 일곱 분의 선생님까지 해 봐야 백 명도 되지 않는 작은 학교입니다. 학교 건물은 동네 주민들이 힘을 모아 지어준 건물로 학교라 하기엔 환경이 참 많이 열악합니다.
문씨는 이 학교에서 또 다른 봉사단원이 매주 두 번씩 컴퓨터 수업을 하기 시작하며 알게 된 교장선생님의 요청으로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간호사로 일하던 사람이 교재나 수업자료 등을 학교로부터 아무런 지원을 받지 않고 시작하려니 어려움이 많았다고 합니다.
게다가 와라스에선 높다고 하지 않지만, 해발 3천 미터가 넘는 곳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뛰어놀다보면 어지럼증을 느낄 때도 있고, 얇은 공책 하나 장만하는 것조차 어려운 아이들을 보고 있자면, 마냥 가슴이 짠해진다고 합니다.
그래도 나름대로 잔잔한 기쁨과 보람을 느끼게 해 주는 사건들이 종종 발생합니다. 문씨의 열정어린 가르침이 결실을 맺었는지, 학생들의 배움에 대한 열망이 강해서였는지, 인근 사립초등학교 학생들보다 영어 실력이 많이 늘었다는 소문이 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 중 5, 6학년 학생들이 특히 뛰어난 실력을 보이는데, 얼마 전 실시한 영어 시험이나 학년 시험에선 선생님들도 놀랄 만큼 탁월한 발전을 보인 아이가 있었다고 합니다. 커서 사회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크리스띠안이었습니다.
크리스띠안은 엄마와 단 둘이 살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엄마가 임신했을 때, 가출을 했고 지금은 다른 도시에서 또 다른 가정을 꾸리고 살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도 크리스띠안은 구김살 없이 잘 자라줬습니다.
크리스띠안의 장족의 발전은 다른 아이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특히 사립학교 학생들보다 성적이 좋았다는 소문에 아이들은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가난하지만 열심히 하면 된다는 자신감 말입니다.
페루는 고등학교까지는 의무교육이라서 학비는 무료지만, 과외로 드는 교복, 교재 구입비 등이 없어 학교를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 중에 학구열이 있는 아이들은 그나마 비용이 덜 드는 고산 지대의 아주 작은 학교에라도 진학하여 학업을 이어간다고 합니다. 크리스띠안은 아마 고산 지대의 그런 학교로 진학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