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 딜러들이 분주한 모습으로 거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성
금융회사에서 무리한 펀드 판매를 해온 것이 큰 문제가 되어 현재 투자자들의 집단소송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나라만 망하지 않으면 원금손실은 없다', '예금보다 수익이 높다', '예금은 세금 떼고 나면 마이너스 수익이다'라는 등의 이야기로 어린아이부터 80세가 넘은 노인들의 쌈짓돈까지 무조건 펀드에 몰아넣는 판매를 해온 것이다.
무리한 판매로 인해 변칙적인 방법까지 다양하게 동원되기도 했다. 은행에서는 꺾기를 통해 은퇴 후 한 달 한 달 어렵게 버는 이들에게도 무책임하게 방카슈랑스 상품이나 펀드를 판매했다. 일부 보험설계사도 은행 대출 담당자를 통해 엔화대출 같은 상품을 소개, 연결해주고 보험을 끼워 팔았다. 또한 보험사에서는 설계사들이 기존의 정액연금 가입자에게 추가로 변액연금을 가입시키기 위해 자동대출 납입 제도를 활용했다. 자동대출 납입 제도란 보험계약자가 보험료 불입이 어려울 때 기존에 냈던 보험료에서 대출 받아 낼 수 있게 한 제도이다.
결국 고객은 그동안 자신이 낸 보험료로 이유 없이 대출 받아 보험 하나를 유지하고 새로운 변액 상품까지 가입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고객은 정액연금이 변액연금 상품으로 바뀐 것으로 착각했고 자신이 추가로 보험을 가입했다는 사실을 몰랐다. 심지어 대출을 받아가며 보험료를 내고 있다는 것은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설계사들은 복잡한 엑셀 표를 만들어 언뜻 보기에 같은 보험료로 연금보험이 변액연금으로 전환된 것처럼 눈속임하는 것을 서슴지 않았다. 이 경우 시간이 많이 지나면 대출금이 늘어나 대출이자 부담까지 가중되고 해약환급금이 부족해지면 의도치 않게 보험이 실효가 되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설계사들은 변액보험이 높은 수익을 낼 것이니 대출이자나 실효로 인한 손해는 별것 아니라는 믿음을 갖고 변칙영업을 했다고 한다.
이외에도 세금을 고민하는 고소득자들에게는 보험의 절세 기능을 과도하게 부풀려 판매하기도 했다. 변액 보험, 혹은 유니버셜 보험 상품은 납입을 하다가 중간에 돈이 필요하면 일부 찾아 쓸 수 있는 중도 인출 기능이 있다. 중도 인출한 부분은 보험의 특성상 보험사가 국세청에 지급조서를 발급하지 않으므로 세금 한 푼 없이 자금을 운용할 수 있다고 절세효과를 부풀린 것이다.
실적 압박에 갇힌 필연적인 판매 위험간접투자가 대중화되면서 금융상품은 점점 복잡해지고 어려워지고 있다. 은행원과 짧은 상담을 하는 것만으로 상품의 구조적인 위험을 다 파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또한 보험 상품과 투자 상품의 결합으로 보험 상품 하나도 예전보다 더 복잡해지고 어려워졌다.
그러나 판매를 하는 금융회사 전문가(?)들의 수준은 여전히 단순하다. 은행이나 증권사 창구에서 판매하는 직원들이 어떤 교육과정을 통해 판매를 담당하게 되었는지 알 길이 없다. 보험사는 금융초보자가 보험사 입사 후 한두 달의 교육으로 자격시험에 응시한 후 간단하게 자격을 취득해 판매가 가능한 구조이다.
원금손실을 투자자 개인에게 귀속시키는 상품을 취급하는 판매제도는 너무 취약한 제도였다. 게다가 실적 압박은 상당하다. 입사한 지 몇 달 지나지 않은 보험 설계사들은 실적 압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아는 사람에게 잘 모르는 상태에서 판매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소연한다.
특히 지난해와 같이 주가가 크게 상승하는 장에서는 자신도 변액보험과 펀드투자만 하면 큰돈이 벌릴 것이란 믿음만 갖고 영업을 했다는 것이다. 지점에서 주로 하는 교육이 주가가 오를 것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상승에 대한 믿음은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200만 원 버는 친구에게 100만 원짜리 변액유니버셜 상품을 판매하면서 상승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면 제 아무리 돈이 좋아도 그렇게 팔 수 없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설계사도 있다. 은행이나 증권사에서도 판매 할당이나 판매에 따른 인사고과 반영, 인센티브 제도로 실적 압박이 보험사 못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이 주식시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과 이제 막 시작된 간접투자 시장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금융사들의 과도한 영업 전쟁에서 비롯되었다고 봐야 한다. 그 전쟁은 직원들과 영업 사원들에게 커다란 실적 압박으로 전해졌고 그것은 불완전 판매로 이어져 고객들의 손해를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판매 윤리의 제도적 장치와 교육이 절실하다투자 손실에 따른 고객들의 민원과 항의로 증권맨의 자살이 이어지고 있고 은행원들이나 보험 설계사들도 상당히 많은 사회적 질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방송의 시사프로그램에서도 펀드나 변액보험 등의 금융상품 판매 피해를 다루기도 한다. 그러나 금융상품 불완전 판매로 인한 대규모 손실을 금융회사 직원 욕하기로 끌고 가는 것은 위험하다.
실적 압박과 시장에 대한 잘못된 믿음이 보편화될 수밖에 없는 엉성한 금융 판매 환경이 더 문제이다. 보험사에서는 누군가 편법 영업으로 큰 실적을 거두면 회사 전체가 교육을 통해 그 편법을 재생산한다. 문제가 생기면 개인에게 떠넘겨 버리면서 문제를 털어버리면 그만이다.
은행에서도 판매직원들에게 체계적인 교육보다는 판매 지침을 내리는 수준으로 펀드 상품을 교육했다. 펀드를 판매하는 은행 창구에는 투자설명서는 없고 민원에 대비해 민원을 피해갈 서류만 중요하게 다뤄졌다. 결국 그런 환경에서 금융 판매 위험이 커진 것이다. 금융회사 직원이나 영업사원들 모두 자신의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