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raise me up~~열창을 하는 조병준 시인, 흥겹게 분위기를 이끌며 사람들과 친밀하게 호흡하려고 하는 그.
이인
"<매그넘> 사진을 받았는데 주제에 맞게 필요한 사진 10배를 넘게 보내줬어요. 사진가 이력 안 보고 사진을 봤어요. 선입견 없이 만나고 싶었지요.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찍혔는지 모르는 채 눈에 불꽃이 튀는 사진들을 골랐어요. 출판사는 대중들에게 알려진 사진을 넣기를 바랐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조금 더 새로운 사진을 소개하고 싶었어요. 독자들이 평소에 못 보던 사진들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외면하고 싶은 사진, 세계 곳곳에서 정당하게 표현되었던 분노들, 역사 현장을 알리고 싶었어요. 활화산처럼 안에서 분노는 타올랐으나 글인 무척 안 써졌어요. 사진만 보면서 속이 새까맣게 되더군요. 마감을 자꾸 어겼지요. 편집자가 '정당한 분노'를 느꼈을 거예요.(웃음)안 되겠다 싶어 유럽 여행을 떠나서 5개월 동안 가서 4개월 동안 글을 썼어요. 거기서는 거리두기가 가능하더라고요. 온전히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어요. 내 안에서 터져 나오는 분노를 쓰려고 했는데 그게 옳은 방식이 아닌 걸 깨달았어요. 친구들의 헌신, 우정을 다시금 느끼며 편하게 썼어요. 책 앞에 밥, 침대, 힘을 준 유럽친구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고 썼어요."사람들이 몰입하고 분위기가 오르자 그는 활짝 웃으며 '노래 한곡 할까요?' 하더니 멋들어지게 노래를 부르더군요.
"you raise me up, so I can stand on mountains ~ ♬ 저도 모르게 이렇게 노래를 부르며 글을 썼어요. 그러면서 나를 갉아먹고 다치게 한 분노가 무엇일까, 나는 왜 분노를 느꼈을까 따져보았지요. 상대에게 애정이 전혀 없을 때 분노를 느끼더라고요. 오로지 밉기만 한 것을 분노라고 생각했어요. 그럼 정당한 분노는 뭐냐면 착한 이유가 있는 분노지요. 선한 이유가 있을 때는 분노에 자신이 다치지 않아요, 내가 안 다치면 남도 안 다치죠." 분노하되 착한 의도를 놓치지 말아야"이 분노를 어떻게 하면 나와 독자들을 잡아먹지 않게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했지요. 착한 이유가 있는 분노는 그렇게 쉽지가 않더라고요. 저 역시 약한 인간이기에 어렵고 노력하죠. 분노가 싹트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포기했고요. 용서가 권리라고 할 수 있는 만큼 분노가 권리일 수도 있는 것이죠. 그러나 분노하되 착한 의도를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책을 썼습니다. 제 모노드라마는 여기서 막을 내리겠고 이제 찾아주신 분들이 질문 있으시면 제가 답변해드리겠습니다." 조병준이 좋아서 찾아온 사람들은 여러 질문을 했지요. 가족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분노를 사람들에게 일으킨 적이 있는지, 어떤 꿈을 갖고 있는지, 책에 소개된 친구들하고 아직도 연락을 하는지, 여행을 가고 싶은데 겁이 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진솔하고 성실하게 답을 해주면서 환한 웃음을 덤으로 보태어주더군요. 그는 강인원씨의 <사랑은 세상의 반>을 부르며 더욱 흥겨운 분위기로 이끌었지요. 출판기념회가 끝난 뒤 유쾌하고 재미있는 뒤풀이가 이어졌습니다. 꼴까타에서 그와 함께 봉사한 젊은 친구들도 찾아와줬고 팬클럽카페 회원도 왔더라고요. 그밖에 연극, 출판, 문학 등 그의 많은 지인들이 참석하였어요. 그는 한 사람 한 사람을 뒤풀이에서 기쁘게 소개를 해주더군요.
조병준 시인은 웃음이 맑고 구수한 사람이었지요. 모진 풍파를 겪은 뒤 더 아름답게 피어나는 꽃처럼 그는 멋지게 웃더군요. 보는 사람들을 포근하게 감싸주는 웃음,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 정겨운 웃음이었어요. 그 웃음 뒤에는 행복감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겠지요. 그날 자신이 입은 옷을 보며 친구가 선물했을 때는 검은색이었는데 하도 입어서 회색이 되었다고 하네요. 자기가 샀으면 버렸겠지만 추억이 배어있는 소중한 옷이기에 이렇게 입고 다닌다고 얘기하는 조병준, 무척 행복해보였습니다.
늦은 밤, 막차를 타고 돌아오며 그가 얘기한 정당한 분노를 곰곰 생각해봅니다. 누구나 화가 생기기 마련이고 자기 마음 같지 않은 세상사에 불만을 품지요. 그러다보면 울화가 터지고 화마에 휩싸이기 일쑤지요. 조병준은 정당하게 분노를 하되 선의를 잃지 말자고 사회에 말을 거네요. 사람들을 사랑하고 세상을 향한 뜨거운 마음은 버리지 않았기에 그가 분노를 하면서도 여전히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나 생각이 듭니다.
정당한 분노 - 때로는 분노가 우리의 도덕률이 될 때가 있다
조병준 지음, 매그넘 사진,
가야북스,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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