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님, 장인어른지난 해 칠순 생신 때 장인 장모께서 생일축하 떡을 자르시는 모습
이성한
의사의 설명을 듣고서 밖으로 나오는 순간, 정신이 몽롱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이 상황을 대체 누구에게 뭐라고, 어떻게 말하고 설명해야 할 지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나는 정말 마음이 무거워지고 숨도 막히는 것 같았습니다.
나는 가족들에게 연락해서 장인어른의 검진결과 소식을 전했습니다. 가족들도 모두 놀라고 황당해하며 망연자실했습니다. 예고 없이 찾아온 장인어른의 병환은 가족들을 절망하게 했습니다. 모두들 충격이었고, 믿을 수 없었으며,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얼마의 시간이 침묵으로 흘렀습니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가족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허탈해했고, 상심했으며, 몹시 가슴 아파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모인 가족들 모두는 어느 순간 이내 서로의 눈빛을 맞추며, 힘을 내고 용기를 내자며 마음을 하나로 뭉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 후 처가 모든 가족들은 각자 위치에서 제 할 몫을 나누며 열심히 장인어른의 치료와 평안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올해 연세가 일흔하나이신 장인어른께선 벌써 두 달째 항암치료를 받고 계십니다. 처남과 사위인 나는 번갈아 장인어른을 병원에서 집으로 실어 나르는 자원 구급차 기사(?)가 되었고, 장모님은 늘 곁에서 손발이 되어주는 천사 같은 간병인이 되었습니다. 미국에 살고 있는 처형과 처제 가족은 하루가 멀다 않고 처가에 전화해서 장인어른의 쾌유를 위한 정보도 말씀드리고, 열심히 운동하시도록 애교스런 잔소리(?)도 빠뜨리지 않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온 가족이 마음을 하나로 모아 물심양면으로 그렇게 장인어른의 쾌유와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입니다.
두 달이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이제 가을이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하루하루 날짜가 지날 때마다 스치는 바람도 차갑고, 낮의 길이도 짧아져 오후가 지나면 금세 어두워져 밤이 되고 맙니다. 모든 것이 우주 질서대로 순환하고, 시간 역사 속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아마도 지금쯤 시골 처가 창가에는 병든 몸을 의자에 기대시고서 가을빛에 물든 농토를 처연히 바라보며 다가올 아내와의 머지않은 이별, 자식들과의 이별을 생각하고 계실 장인어른이 앉아 계실 줄도 모를 일입니다.
갑작스런 장인어른의 병환은 모든 가족에게 아픔이고 시련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장인어른의 병환을 계기로 모든 가족과 형제들은 부모님에 대한 사랑과 형제들 간의 우애와 신의를 진심으로 나누고 확인하는 또 다른 소중한 체험을 얻었습니다. 혹 몇 몇 형제들끼리 평소 바쁘고 소원하게 살았다면 이번 일로 인해 마음을 열어 반성하고 깨달을 수 있는 귀한 성찰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참 감사한 일입니다.
모쪼록 힘겹게 병마와 투쟁하고 계실 장인어른께서 묵묵히 자신의 살아온 삶을 고요하고 평화롭게 잘 정리할 수 있도록 신의 가호와 용기가 임하시길 두 손 모아 간절히 소망합니다.
덧붙이는 글 | <가족에게 길을 묻다> 응모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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