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회이 생선회는 내 고향 사량도에서 고기잡이를 하고 있는 내 친척들이 낚시나 그물로 직접 건져 올려 서울로 보내는 것이오
이종찬
생선회 하면 늦가을 남해안에서 갓 건져 올린 생선이 으뜸 "이 생선회는 내 고향 사량도에서 고기잡이를 하고 있는 내 친척들이 낚시나 그물로 직접 건져 올려 서울로 보내는 것이오.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먹는 그런 생선회보다 훨씬 쫄깃쫄깃하고 고소할 거요……. 다른 집에 가서 생선회를 시키면 이것저것 잔뜩 갖다 주는데, 그런 걸 먹다 보면 생선회의 참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게 되지요."이 시인이 꾸리고 있는 그 생선횟집의 한 가지 특별한 점은 다른 생선횟집과는 달리 밑반찬이 거의 나오지 않았습니다. 밑반찬이라고 해봐야 상추와 집에서 담근 된장, 집간장에 푼 연초록빛 고추냉이, 풋고추, 초고추장, 송송 썬 마늘뿐이었습니다. 또 다른 점은 생선회 아래 미나리와 대파, 무채, 당근을 깔아놓았더군요.
그날, 바다가 된 그대가 보낸 전어, 놀래미, 꼬시락, 숭어회는 정말 고소하면서도 쫄깃한 감칠맛이 그만이었습니다. 특히 생선회가 흐물흐물 물컹거리지 않고 탱탱하게 쫄깃쫄깃 씹히는 그 느낌과 그 향과 맛이 참 좋았습니다. 마치 생선회 속에 짙푸른 사량도 앞바다가 된 그대가 '어서 와, 어서 와' 손짓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소주 한 잔 홀짝거리며 가끔 찍어먹는 붉으죽죽한 삶은 문어도 쫀득쫀득 씹히는 구수한 깊은 맛이 정말 기막혔습니다. 갓 삶아내 김이 무럭무럭 피어오르는 싱싱한 문어를 손님이 직접 부엌칼로 도마에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초고추장에 찍어먹는 그 맛! 그 살가운 맛을 누가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