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가까이하기엔 너무나 부담스러워

교육이 시험 위해 존재하나

등록 2008.11.03 13:54수정 2008.11.03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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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시험이 10일 앞으로 다가 왔다. 해마다 이맘때면 고3 수험생이나 재수생은 말할 것도 없이 온 국민이 긴장에 휩싸인다. 온 국민이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솔직히 거의 온 국민이 수능시험과 관계가 있다. 친구나 친족들까지 챙기다보면 실제로 거의 모든 사람이 시험에 대해 신경을 쓰게 된다. 그리고 시험의 비중이나 긴장감이 예전에 비해 더 커졌기 때문에 사람들이 더 긴장하고 더 신경을 쓴다.

시험은 예나 지금이나 중요하다. 그 옛날 과거시험은 신분이 뒤바뀔 정도로 절대적이었다. 물론 신분에 따라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제한되어 많은 부작용을 야기하기도 하였지만 공명하고 정대한 시험은 조직과 사회의 발전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하였다.

그러나 불공정한 시험은 조직과 사회에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시험이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경쟁과 대결을 앞세우다보니 시험만능주의에 빠진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시험이라는 굴레와 멍에를 그들의 가슴에 화인처럼 간직하고 살아야 한다. 정말 가혹하다. 초등학교 3학년이 알고 있는 것이 얼마나 된다고…….

물론 우리도 어렸을 때 받아쓰기 시험이나 가감승제에 관한 산수시험을 자주 보았다. 그렇지만 이때의 받아쓰기 시험이나 산수시험은 줄 세우기도 아니고 능력을 테스트하는 것도 아니다. 학습을 위한 것이었다. 시험의 1차 목적은 바로 학습이다. 성적에 따라 줄 세우기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시험은 거의 대부분 석차가 중요하고 등급이 중요하다. 내가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느냐가 아니라 다른 사람보다 얼마나 잘하느냐가 중요한 시험이다.

쉽게 말해서 절대평가가 아니라 상대평가이다. 그래서 시험을 보는 학생들이 힘든 것이다. 옆에 앉아 있는 학생이 경쟁의 대상이 되고 상대적인 평가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만약에 절대평가라면 내 능력에 맞는 성적이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경쟁과 대결의식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긴장감이나 스트레스가 적다고 할 수 있다.

지난 달에 10년 만에 전국 성취도 평가라는 일제고사가 실시되었다.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학교의 같은 학년 학생이 같은 시험을 본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는 내가 몇 등이고 우리학교가 몇 등이고 우리 지역이 몇 등인지 드러나게 된다. 개인적인 차이뿐만 아니라 지역적인 차이도 그대로 노출된다는 말이다. 이제 학생의 성적에 따라 학부모의 경제적·사회적 능력의 차이가 드러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런 시험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시작하여 수능시험을 볼 때까지 지속된다. 젊은 시절의 대부분을 시험과 동고동락하게 된다는 말이다. 학교마다 보는 중간고사나 기말고사에 다시 일제고사를 봐야 하고, 이 일제고사를 대비한 모의고사까지 봐야 한다. 한달에 한 두 번은 시험을 보아야한다는 말이다. 참으로 염려스럽다.


솔직히 이러한 모든 시험은 수능시험을 위한 예비시험이다. 수능시험을 잘 보기 위해 아니 각자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기위해 이런 모든 시험을 보는 것이다. 오늘날의 수능시험은 인생시험이다. 반드시는 아니지만 거의 모든 사람의 미래와 꿈은 수능시험과 관계가 있다. 그래서 수능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얻으면 마누라 얼굴도 바뀌고 사는 집도 바뀌고 몰고 다니는 차도 바뀐다.

살아가는 과정이 사실은 중요한데 결과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되는 시스템이 문제인 것이다. 아무리 과정이 부도덕하거나 비인간적이라도 결과만 좋으면 되는 것이 바로 우리의 교육시스템이고 사회시스템이다. 목적달성을 위해서는 모든 수단이 정당화되는 사회가 바로 우리사회다. 인간사회에 있어서 목적과 결과도 중요하지만 수단과 과정은 더 중요하다. 수단이 정당하지 못하거나 양심적이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결과도 정당화될 수 없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그렇지 않다. 결과와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목적만 좋고 결과만 좋으면 모든 것은 용서된다. 우리의 현재 시험도 마찬가지다. 물론 열심히 공부한 학생이 좋은 결과가 나오겠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사교육이 결정적이라는 연구논문이 많이 나와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솔직히 사교육중에도 비난할 수 없는 그런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많은 경우 경쟁위한 사교육이고 선행학습을 위한 사교육이 대부분이다.

보충학습을 위한 사교육은 필요하다. 사실 이런 보충학습은 공교육에서 이루어져야한다. 국가에서 할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문제는 경쟁을 위한 사교육이다. 이런 사교육은 경제력의 차이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교육의 대물림이나 양극화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교육이 교육적인 원리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인 원리와 정치적인 논리에 따라 이루어진다. 이런 경우 경제력의 차이와 권력의 차이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국제중이나 일부 특목고가 이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시험을 재생산해내는 구조가 바로 특수목적고나 국제중이다. 이런 학교들은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에서 보면 엄청난 사교육을 유발한다. 물론 영재교육은 필요하다. 그렇지만 영재교육은 영재만을 위한 영재교육이 되어야 한다. 예를 들자면 과학영재는 과학영재분야에서 일자리를 찾아야 하고 외국어고 영재들은 말 그대로 외국어학과에서 그들의 영재를 발휘하는 체제가 되어야 한다. 단지 명문대 진학을 위한 방편이 되는 영재교육은 엄청난 세금낭비다.

다른 학교에 비해 더 많은 혜택과 지원을 받는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활동은 그 목적에 맞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평한 교육도 아니고 특별한 우대를 받는 교육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다른 학생들에게 주는 위화감이나 차별감에 대한 상처는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다.

이제 수능시험이라는 경쟁의 굿판을 걷어내야 한다. 경쟁도 필요하고 시험도 필요하지만 인간의 발전과 사회의 발전에 긍정적이고 합목적적인 역할이 더 우선이다. 바로 이런 교육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교육은 사회의 걸림돌이고 왜곡의 주범이 될 수도 있다. 시험은 학습효과를 높이기 위한 수단이 되어야지 경쟁과 대결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시험은 한 인간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능력과 지식의 정도를 판단하는 것이다. 시험이 인간의 이상이나 가치까지도 평가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시험이 없을 수는 없지만 시험의 순기능을 살리고 역기능을 최대한 줄이는 바람직한 제도와 시스템을 고려할 시점이 되었다.    

10일 남은 고3 수험생들에게 수능시험 이후에도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12년 동안 수능시험을 위해 고생한 학생들에게 몸과 마음이 편안히 쉴 수 있는 환경을 위한 우리 어른들이 노력해야 한다. 학교와 사회에서 우리들의 학생들을 사랑과 배려의 따스함으로 보듬어야한다. 이것이 바로 학생들에 대한 우리 어른들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인간적 예의가 아닌가 한다.
#수능시험 #교육의 목적 #시험의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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