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하정인. 헤어지기 아쉬운 젊은 남녀의 심리를 묘사했습니다. 화제를 해독하면 더욱 극명해집니다. “두 사람의 마음은 두 사람만 알지.”
간송미술관
역사드라마는 그 속성상 역사가 아닙니다. 역사 교과서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역사를 바탕으로 한 사극입니다. 극(劇)이란 무엇일까요?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심하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심하게 부풀렸거나 심하게 축소했다는 뜻이지요. 모든 사물을 부풀리거나 축소하면 어떻게 될까요? 변형이 되지요. 즉 왜곡시켰다는 말이 됩니다. 시청자들은 이것을 알고 재미있게 보고 있는 것입니다.
시장점유율 1, 2위를 다투는 유명 식품회사의 고추장을 한 번 살펴볼까요. 포장용기에 원재료 고추분이 12.6%라 함유되어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그 12.6% 마저 국산 27% 중국산 73%라고 표시되어 있습니다. 12.6%의 27%면 순수 국산은 얼마입니까? 3.4%이지요. 국산 4%에도 미치지 못하는 이 고추장을 우리는 100% 고추장으로 알고 사 먹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소설가는 어떤 사람일까요? 글자그대로 얘기하면 이야기꾼입니다. 이야기가 뭡니까? 지어낸 말, 허구라는 것이지요. 소설가는 지어낸 이야기를 사실처럼 이야기하는 사람입니다. 다시 말하면 공인된 거짓말쟁이라는 것이지요.
소설가가 역사를 바탕으로 역사소설을 쓰고 그 원작소설을 드라마화 했다면 그 드라마의 순도는 몇 %쯤 될까요? 아마 위에서 열거한 고추장과 별 차이가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최근 역사왜곡 논쟁에 휩쓸린 <바람의 화원>은 동명소설을 드라마 화 한 것입니다.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이준익과 이준기를 세상에 알렸던 '왕의 남자'도 공길이라는 두 줄짜리 역사적 소재를 가지고 완성한 작품입니다.
그런데 놀라지 마십시오. 역설적이게도 원재료가 적게 들어간 작품일수록 관객들이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원재료가 많이 들어간 작품은 관객과 시청자들의 구미에 맞지 않다는 결론입니다. 여기에서 작가와 감독, 피디들의 고민이 있습니다. 역사에 충실하면 재미가 없고, 재미있게 만들면 역사적 사실과 멀어지고 이것이 바로 드라마가 아니라 딜레마입니다.
그렇다면 드라마 <바람의 화원>이 역사를 왜곡했다고 비판하는 시각에서 바라보는 역사는 모두 진실일까요? 사실(事實)과 사실(史實)은 있어도 모두가 진실이 아닐 수 있습니다. 우리는 선조로부터 훌륭한 문화유산을 물려받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조선왕조실록'은 사료의 보고입니다. 실록에 기록된 기사가 모두 진실일까요? 유감스럽게도 아닐 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