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 안쪽<대양서점> 2매장 책꽂이는 알맞는 높이이면서, 더 많은 책보다, 좀더 넉넉한 품을 살려 놓고 있습니다.
최종규
헌책방 나들이를 하면서 곧잘 졸업사진책을 만납니다. 지난날, 헌책방에서 만화책을 내다 버리던 무렵에는 졸업사진책도 내다 버렸습니다. 너무 많이 쏟아지기도 했고, 찾는 사람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세월이 흐른 오늘날, 옛날 만화는 어마어마하게 비싼 값으로 사고팔립니다. 아예 물건이 나오지 않습니다. 인터넷 경매에서 수십 수백만 원에 사고팔린다는 소식만 이따금 듣습니다. 생각해 보면, 지난 60∼70년대, 또 50년대, 그리고 80년대까지도, 이 나라 어머니와 아버지들은 당신 딸아들이 만화책을 보면 몹시 싫어했습니다. 찢어서 버리거나 쓰레기통에 처넣거나 했습니다. 아이들이 만화방 가는 일도 못마땅해 했으며, 웬만한 여성모임이나 시민모임에서는 ‘아이들한테 나쁜(해로운) 만화 불태우기’를 해마다 벌이곤 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가 신문이나 방송에 꼭 나왔습니다.
어릴 적, 텔레비전이나 신문에서 ‘만화책 불사르기’ 소식을 보거나 읽으면서 소름이 돋곤 했습니다. 저 아까운 책들을 …… 저 아까운 만화를 …… 저 아까운 종이를 ……, 책이 무슨 잘못이 있다고, 만화한테 무슨 잘못이 있다고, 그렇게 만화가 못마땅하고 싫고 미우면 만화쟁이를 죄 붙잡아서 감옥에 처넣으시지, 만화쟁이를 붙잡는 사람이란 없고(그 어린 날에는 몰랐지만, 적잖은 만화쟁이들은 경찰서를 뻔질나게 드나들어야 했습니다. ‘공륜심의’ 때문에), 신문에도 만화는 버젓이 실리는데. 우리(아이)들이 보는 만화는 ‘애들 만화’라고 깔보고, 신문에 실리는 만화는 ‘어른 만화’라고 높이 사나, 하면서 마음이 쓰라렸습니다.
졸업사진책은 만화책처럼 불살라지는 일은 없었고, 미움을 산 적도 없습니다. 다만, 해마다 전국 수천 초중고등학교에다가 유치원과 대학교까지 하면, 가짓수만 해도 수천 가지가 넘는 졸업사진책입니다. 게다가 권수만 해도 수백만 권이 될 테지요. 졸업사진책을 잘 간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집을 옮기면서 귀찮아서 버리고, 나라를 떠나면서 버리고, 그냥저냥 싫어서 폐휴지에 묶어서 버리고 ……, 이러는 동안 헌책방에도 졸업사진책은 한 가득 들어오기 마련인데, 들어오기는 많이 들어와도 사 가는 사람이 적으니, 쌓이고 또 쌓이다가 버려졌습니다. 자료로 찾는 사람은 ‘왜정’ 때 것이라면 사도 해방 뒤 것은 안 사기 일쑤였기에, 몇 해 안 된 졸업사진책뿐 아니라 열 해나 스무 해쯤 된 졸업사진책도 쉽게 버려졌습니다.
지금도 졸업사진책은, 열 해가 넘지 않은 녀석은 버려집니다. 어차피 다시 나오기 때문입니다. 하긴, 어느 만큼 버려져서 폐휴지가 되어 주어야, 나중에 다시 나올 몇 안 남을 졸업사진책 값어치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가만히 보면, 우리 나라 교육부나 문화부, 또는 교육대학교나 교육박물관 같은 데에서는 ‘유치원과 대학교와 초중고등학교 졸업사진책’도 차곡차곡 모아 두어야 하지 않느냐 싶습니다. 모든 학교에서 해마다 한 권씩 받아서 알뜰살뜰 여미어 놓아야 하지 않느냐 싶습니다. 또는, 학교마다 제 학교에서 해마다 찍는 졸업사진책을 몇 권쯤 넉넉히 찍어서 제 학교 도서관에 간수한 다음, 뒷날 졸업생이 찾아올 때 언제라도 열어 볼 수 있게끔 해 주어야지 싶습니다. 졸업사진책을 우리들 발자국이거든요. 우리가 어느 한때를 함께 보냈던 사람과 둘레 삶터가 담긴 이야기이거든요.
그래서 헌책방 나들이를 하면서 졸업사진책을 구경할 때면, 지난날 모습을 고스란히 들여다볼 수 있어 좋기에, 사진 자료로 꼭 챙겨 놓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이제는 졸업사진책 한 권 값은 꽤 만만하지 않습니다. 권수도 워낙 많지만, 아무리 싸게 쳐준다고 하여도 모든 학교 졸업사진책을 모아서 꽂을 자리가 없습니다. 그저 드문드문 골라서 사 놓고 갖추어 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