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산 정상에서 필자
이승철
능선길을 한 참을 더 걷자 드디어 두로봉이 저만큼 우람한 모습으로 다가왔습니다. 다시 봉우리를 향해 힘겨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몸이 많이 지쳐 피로가 전신으로 엄습합니다. 벌써 산행을 시작한지 3시간이 지나고 있었습니다.
떫은 도토리를 삶아 먹었던 춥고 배고팠던 추억이 깃든 봉우리 "여긴 봉우리 표지석도 안보이네. 주변은 온통 도토리나무들이 우거져 있고."
"정말 그러네, 이만한 높이면 나무들이 별로 없는 게 정상인데. 소백산도 그렇고."
두로봉은 1421미터나 되는 높은 봉우리였지만 특별한 표지가 없었습니다. 비슷한 높이의 소백산과 비교하면 전혀 다른 풍경이었지요. 나무가 거의 없는 황량한 소백산의 모습과는 달리 도토리나무와 제법 키가 큰 나무들도 많이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 그래. 바로 이 봉우리야. 두로봉이었었지, 건빵과 도토리를 주워 삶아 밥 대신 먹었던 곳이."
이 두로봉은 참 춥고, 힘들고, 배고팠던 내 군대시절의 추억이 깃든 곳입니다. 그러니까 1968년 그해 겨울. 몹시 춥고 눈 쌓인 이 봉우리에 내가 있었지요. 북한의 124군 부대 120명이 남한에 침투하여 우리 부대가 바로 이 오대산에서 작전을 벌였기 때문입니다.